[앨범리뷰] Bad Moon Rising: Flames On The Moon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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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덕 올드리치(Doug Aldrich)는 테크닉 지향적인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스윕피킹이나 양손태핑을 남발하지 않고서도 멋진 솔로와 리프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일급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손꼽힐 만한 환상적인 레가토 주법으로 매끄러우면서도 화려한 연주를 완성한다. 기타 강사로도 꽤 명성을 날린 덕 올드리치의 독특한 운지법(왼손의 손가락을 거의 지판과 수직에 가깝게 놓고 연주하는)은 아마도 클래식 기타의 주법으로부터 영향 받은 것일 게다.

11살 무렵, 여동생이 연주하던 클래식 기타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올드리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깁슨 레스폴 카피모델을 선물 받게 된다.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은 다름 아닌 지미 페이지(Jimmy Page). 이웃의 친구들과 처음 결성한 밴드의 이름은 'Purple Haze'. 자주 카피하던 곡들은 Black Sabbath, Led Zeppelin, UFO, Van Halen, Deep Purple의 노래들이었다. 또한 그가 좋아했던 기타리스트들은 Jimi Hendrix, Eric Clapton, Jeff Beck, Stevie Ray Vaughn, Gary Moore 등이었는데, 이로써 덕 올드리치의 음악적 기반이 철저히 블루지한 락음악으로부터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0년대 초반 덕 올드리치는 대그룹 KISS의 기타리스트를 뽑는 오디션에 참가하지만, 아직 경험이 적고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선택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때의 인연으로 KISS 멤버인 진 시몬즈(Gene Simmons)와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1983년 덕 올드리치는 보컬리스트 칼 스완(Kal Swan), 드러머 마크 에드워즈(Mark Edwards), 그리고 그의 학교친구였던 베이시스트 제리 베스트(Jerry Best)와 함께 밴드 Lion을 결성한다.

트랜스포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메인테마를 담당하고, 13일의 금요일 IV에 곡을 제공하는 등 나쁘지만은 않은 활약을 펼친 Lion은, 1989년 드러머인 Mark Edwards가 모터사이클 경기 도중 절벽에서 떨어져 목의 부상을 입고 난, 한 달 후 해체되었다. 밴드 Lion을 시작으로, Hurricane과 House Of Lords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80년대, 90년대 초반을 보낸 덕 올드리치는 Lion의 동료 칼 스완과 Bad Moon Rising(이하 BMR)을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90년대를 맞이한다. BMR은 원래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던 칼 스완이 덕 올드리치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면서 만들어진 팀으로, 사실상 온전한 밴드라기보다 2인조 프로젝트라 보는 편이 옳다. 이 두 명을 중심으로 Ken Mary(드럼), Chuck Wright(베이스), Ian Mayo(베이스), Jackie Ramos(드럼)가 BMR을 거쳐갔다.

미국시장보다는 일본과 유럽시장을 목표로 결성된 BMR에게 얼터너티브, 그런지 중심의 90년대 주류락계는 어쩌면 터무니없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유려한 멜로디와 탄탄한 연주력이 밴드음악의 기준이 되지 않는 시대적 토대 위에 덕 올드리치와 칼 스완이 남아있을 여분의 자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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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 『Bad Moon Rising』(1991), 두 번째 앨범 『Blood』(1993), 그리고 1995년에 발매된 마지막 앨범 『Opium For The Masses』(이 앨범은 발매된 지역마다 곡의 순서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Free』라는 전혀 다른 앨범타이틀로 라이센스 발매되었다), BMR은 이렇게 세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사라졌다.

 

 

앨범 『Flames On The Moon』은 BMR이 공식적으로 해체된(1998) 1년 후, 그들의 주 활동무대였던 일본에서 발매된 베스트 앨범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라이센스되어 정식 발매되었다.


 

Bad Moon Rising:
Flames On The Moon
(1999)

01. Dangerous Game
02. Belligerent Stance
03. Hands On Heaven
04. Full Moon Fever
05. Rivers Run Red
06. Blood On The Streets
07. Without Your Love
08. Sunset After Midnight
09. Believe
10. Dark Side Of Babylon
11. Remember Me
12. Built For Speed
13. Old Flames
14. One Night In Tokyo
15. Father's Son

 

『Flames On The Moon』의 절반의 곡들은 BMR의 데뷔앨범에서 발췌되었다. “Hands On Heart", "Full Moon Fever", "Without Your Love", "Sunset After Midnight", "Dark Side Of Babylon", "Built For Speed", "Old Flames"가 데뷔앨범에 실려 있는 곡들이다. 블루지한 감성 속에 덕 올드리치의 뛰어난 리프감각이 돋보이는 ”Full Moon Fever", "Hands On Heart"같은 곡들은 데뷔앨범의 분위기가 여전히 80년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93년에 발표한 『Blood』에서는 “Dangerous Game", "Blood On The Street", "Remember Me", 이렇게 세 곡만 선택되었는데, 아마도 반응이 저조했던 앨범이기에 상대적으로 선택되지 않은 곡들이 많다. ”Dangerous Game"은 개인적인 애청곡으로, 특히 그루브감 있는 기타리프와 덕 올드리치의 화려한 솔로가 인상적이다. 어쿠스틱 기타연주와 감상적인 칼 스완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Remember Me"도 멋진 발라드곡이다.

이들의 3집이자 마지막 앨범인 『Opium For The Masses』에서는 모두 네 곡이 발췌되었다. 역동적인 기타리프와 속도감 있는 보컬이 만나는 2번 트랙 “Belligerent Stance", 조용한 베이스 연주로 시작하여 블루지한 기타리프가 폭발하는 ”Rivers Run Red", 앞선 “Belligerent Stance"와 비슷한 분위기를 공유하는 “Believe", 그리고 마지막 곡인 ”Father's Son"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곡들은 미리 알고 있지 않아도 앨범을 듣다보면 여타 곡들과 음악적 분위기가 많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앨범에서 발췌한 곡들이 여전히 블루지한 하드락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없지만, 기타리프에 더해진 리듬감과 상대적으로 희미해진 멜로디 라인은 분명 시대의 흐름이 그들의 음악에 미친 영향일 것이다.

앨범 『Flames On The Moon』은 비록 앨범의 일관성이 부족한 베스트 앨범이지만, BMR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컴필레이션이다.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대중의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만의 훌륭한 음악들을 만들어왔다. 오히려 유행에 편승해 반짝 인기를 얻다 그 실력이 금세 탄로난 대다수의 밴드들보다 묵묵히 자신들의 음악의 길을 걸어온 BMR의 음악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또한 평소 하드락에 관심이 많다면 멋진 락넘버들이 가득한 본 앨범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팀이 해체된 한참 후인 2005년에는 BMR의 정규앨범을 모두 담은 세장짜리 앨범 『Full Moon Collection』이 발매되어 미처 이들을 잊지 못한 팬들을 기쁘게 했다. BMR 이후 역시 하드락밴드 Burning Rain을 결성한 덕 올드리치는 오히려 지금이 더 바빠 보인다. 그의 밴드 Burning Rain에서는 물론, 전설적인 그룹들인 Dio, Whitesnake의 라이브공연과 앨범에서 그의 뛰어난 연주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참고사이트 www.dougaldri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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