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살인마 브룩스씨의 고민 - Mr. Brooks / 미스터 브룩스 (2007)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케빈 코스트너는 표정이 많지 않은 배우다. 격한 감성을 표출하는 캐릭터, 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산하는 역할은 왠지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심지어 고뇌에 휩싸여있을 때도 그의 얼굴은 오히려 무표정하다. 그는 분명 평소에 온화한 얼굴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보여주는 미소는 차라리 냉소(冷笑)에 가깝다. 그 인상과 특유의 미소 또한 매력적인 것임은 분명하나, 이것이 동시에 그를 ‘차가운 신사’ 이상의 이미지로 포장해내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얘기해 이미 영광의 시절이 지나버린, 중년의 이 배우는 『미스터 브룩스』에서 그 자신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살인행위에 중독된 자신을 타일러보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 얼 브룩스(Kevin Costner)의 차갑고도 무서운 표정은 케빈 코스트너가 그동안 보여주던 얼굴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영화의 중반부가 지나면서 이 불쌍한 영혼은 자신의 살인본능이 사랑스러운 딸에게까지 세습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두려움과 연민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때부터 코스트너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과 딸에 대한 안타까움의 교차를 특유의 무표정 속에 훌륭히 담아낸다.

 


얼 브룩스의 또 다른 자아인 마셜을 연기한 윌리엄 허트와 케빈 코스트너가 벌이는 연기대결이 『미스터 브룩스』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셜은 얼 브룩스에게 살인을 충동질한다. 얼 브룩스가 잔혹한 냉정함을 신사의 모습 속에 숨긴 킬러의 모습이라면, 마셜의 캐릭터는 비열함과 관능을 동시에 품은 악마와 닮아있다. 이 둘에게는 일정부분 공유하는 성격이 존재하면서도, 그 반대쪽 성격의 거리 또한 매우 먼 느낌이다. 오로지 살인을 부추기거나, 범행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에만 관심 있는 마셜과 달리, 얼 브룩스의 마음은 사랑하는 가족, 특히 자신의 몹쓸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얼룩져간다. 그러나 영화를 자세히 보다보면 마셜이 등장하지 않을 때의 얼 브룩스는 마치 두 캐릭터를 합친 듯, 냉정함을 유지하면서도 살인의 쾌감에 몸을 떠는 변태적인 연쇄살인마의 캐릭터를 한 장면 안에 담아내고 있다. 이는 케빈 코스트너라는 배우가 원래의 캐릭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


『미스터 브룩스』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기대고 있지만, 철저한 장르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주(主)가 되는 것은 사건의 추이가 아니라 얼 브룩스의 심리변화다. 물론 몇 가지 사건들이 맞물리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지속시켜 주기는 하나, 그것이 ‘스릴러’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만큼은 아니다. 아마도 얼 브룩스와 마셜의 캐릭터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그 외의 배역(살인을 목격한 후, 자신도 연쇄살인에 합류하는 스미스 역의 Dane Cook이나, 연쇄살인범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형사역의 Demi Moore 모두)들이 매력이 전혀 없는 캐릭터로 머문 한계도 있거니와, 연쇄살인이라는 소재가 주인공의 심리묘사의 들러리로만 멈춰있다는 느낌이, 『미스터 브룩스』를 ‘소재만 괜찮았던 심리극’ 이상의 영화로 만들어내지 못한 듯하다. 영화 한편으로 무엇을 더 바라겠냐마는, 모처럼 감상한 코스트너의 멋진 연기가 아까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이미지출처 www.imdb.com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