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ament - The Gathering (1999)

 

지난달(8월)에는 오랜만에 핫뮤직을 사봤다. 취향이 취향인지라 헤비메탈에 할애된 지면이 잡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자니, 점점 손길이 가지 않게 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어쨌든 달리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던 시절 거의 매달 구입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기사가 나올 때만 간혹 사보고 있다. 8월호는 펜타포트 페스티벌 현장 스케치와 그에 관련된 밴드들의 기사가 주된 내용이었다.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묵념 1분.

 


그중 가장 관심 있게 본 기사는 테스타먼트와의 인터뷰! 전 멤버가 응한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핵심 멤버랄 수 있는 에릭 피터슨(Eric Peterson)과 알렉스 스콜닉(Alex Skolnick), 그리고 척 빌리(Chuck Billy)가 참여했다. 인터뷰어는 핫뮤직의 조성진 편집장, 첫머리에 인터뷰이들의 상태(?) 설명을 곁들였는데 알렉스의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과 에릭 피터슨이 조용조용히 인터뷰에 응했다는 점, 그리고 척 빌리가 큰 몸집에 걸맞은 쩌렁쩌렁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려줬다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터뷰 내용은 멤버들이 다시 모이게 된 계기라든가, 테스타먼트만의 음악적 색깔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멤버들의 개별 활동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개중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멤버들에게 테스타먼트 앨범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음반을 골라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척 빌리는 모든 앨범이 최고작이었다는 대답으로 은근슬쩍 피해갔고, 알렉스 스콜닉과 에릭 피터슨은 의견이 좀 갈리었다. 『Ritual』(1992) 이후 팀을 떠난 알렉스 스콜닉은 89년 앨범인 『Practice What You Preach』를 꼽을 수밖에 없었을 테고, 반면에 에릭 피터슨은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와 작업한 99년 앨범 『The Gathering』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대답한 것. 그 밖에도 이 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했음을 전하는(철저히 편집장 자신의 의견임을 강조했지만) 인터뷰였다. 척과 에릭이 매우 가까워보이고 알렉스가 조금 어색해보였다는.

안타깝게도 나에겐 알렉스 스콜닉이 인정하는 최고 음반인 『Practice What You Preach』는 없고, 그가 돌아오기 전 마지막 참여한 『Ritual』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알렉스 스콜닉의 진가는 이후 참여한 Savatage의 『Handfull Of Rain』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가 있던 시절의 테스타먼트는 내 귀에 들어와 박히는 종류의 음악을 들려주진 않았나보다.


어쨌든 이 기사를 계기로 『The Gathering』을 다시 꺼내 들었다. 대략 2001년 전후로 기억하는데, 이 앨범은 사실 구입하려 작정한 것은 아니었고, 원래 구입하기로 했던 다른 앨범을 찾지 못해 얼떨결에 구매한 음반이었다. 그러나 이 앨범처럼 무관심의 대상을 열렬한 호감의 대상으로 만들어준 음반도 없을 것이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고 11곡이 모두 끝날 때까지 귀를 뗄 수 없었는데, 과거의 테스타먼트(『Ritual』 이후 내 머리 속에서 자취를 감춘)가 약간은 형식미에 집착하고, 왠지 정제된 듯한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The Gathering』은 매 트랙으로 아드레날린의 최고치를 갱신하는, 마치 짐승의 포효 같은 거친 음반이었다. 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멜로디 라인까지. 

앞의 인터뷰에서 척 빌리는 과거와 지금 자신의 보컬 스타일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것의 핵심은 멜로디의 유무라고 한다. 즉, 질러대기만 한 예전과 달리 지금의 자신은 메탈 음악에서도 멜로디를 잘 이끌어내려 한다는 것. 『The Gathering』은 그런 그의 설명이 정확이 맞아떨어지는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척 빌리는 그로울링과 멜로디를 적절히 조합해 가면서 노래 부르고 있고, 그 타이밍들이 절묘하다. “True Believer" 같은 곡이 그런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The Gathering』 시절의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이때의 테스타먼트가 스래쉬메탈계의 드림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년멤버들인 척 빌리와 에릭 피터슨에다 베이스엔 Death 출신의 Steve DiGiorgio, 역시 Death와 Obituary를 거친 제임스 머피, 거기에 제왕 Slayer 출신의 데이브 롬바르도(Dave Lombardo)까지. 이 정도면 스래쉬계를 넘어 데스메탈로도 분류될만한 멤버 구성이다. 그것도 동종업계(?) 최고 실력자들로 채워진.

재밌는 것은 익스트림 계열의 기타 비르투오소라 할 수 있는 제임스 머피가 본 앨범에서 엄청난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과격 기타리프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결코 솔로를 쓸데없이 남발하지 않는다. 『The Gathering』에서는 일류 연주자들이 사운드의 지분을 두고 흔히 보일 수 있는 멤버간의 부조화가 느껴지지 않고, 마치 원래부터 한 팀인 듯 꽉 짜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각각의 구성원들이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고는 있으나, 그것이 자신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작용하지 않고 철저히 하나의 목표 안에 녹아들고 있다고나 할까.

어느 곡 하나 빼놓을 수 없는 『The Gathering』이지만, 시작부터 몰아치는 “D.N.R (Do Not Resuscitate)", 척 빌리의 보컬 스타일의 변화가 연륜 있게 느껴지는 ”True Believer", 그리고 멤버들의 최고기량이 노련히 펼쳐지는 셔플 곡 “Careful What You Wish For”는 특히 반드시 들어봐야 할 트랙들. 알렉스 스콜닉에겐 미안하지만 에릭 피터슨의 말이 맞는 것 같다.

 

Testament
- The Gathering
(1999)

01. D.N.R. (Do Not Resuscitate)
02. Down For Life
03. Eyes Of Wrath
04. True Believer
05. 3 Days In Darkness
06. Legions Of The Dead
07. Careful What You Wish For
08. Riding The Snake
09. Allegiance
10. Sewn Shut Eyes
11. Fall Of Sipledome

 

* 밴드 홈페이지 www.testamentleg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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