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5센티미터 (2007)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그래서 누구든 파스텔톤으로 포장된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은 냉정하게 돌아볼 때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공통의 성장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더 뽀얗고, 더 희미하고, 더 아련하다. 누군가 그건 추억자체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어린(젊은) 자신으로 돌아가고픈 욕망이라 설명했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투영한 『초속5센티미터』는 별다른 내러티브도, 눈에 띄는 캐릭터도 보이지 않는 낯선 애니메이션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멀어지게 된 다카키와 아카리의 사이에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초속5센티미터』에선 헤어진 행위 자체보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그리운 감정이 더 중요하다. 다카키와 아카리,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카나에는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긴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어느 누구든 대입될 수 있는 빈 공간의 캐릭터들이다. 관객은 그들을 통해 그 시절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거기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맘에 둔 여자아이(남자아이)를 찾아가는 자신, 머뭇머뭇 사랑고백을 망설이는 자신, 그리고 아직 활짝 열려있는 가능성을 간직했던 시절의 자신이 있다. 비록 과도하게 포장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내 머릿속의 기억이다.

이 영화는 마치 일러스트 모음집을 보듯 아름다운 화면을 끊임없이 펼쳐낸다. 『초속5센티미터』가 펼쳐내는 이 환상의 일러스트들은 우리자신이 아름답게 포장해낸 평범한 기억들과 같다. 그 시절의 하늘과 들판은 분명 지금 현실의 그것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을 테지만, 우리의 기억은 그것을 그대로 놔둘 만큼 냉정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신들에서 제목의 속도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 카메라를 따라가다 보면 거기엔 관객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삶의 조각들이 마치 사진처럼 포착되어 있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는 우리가 기억을 되살리는 방식과 비슷하게 추억의 편린(片鱗)을 조각내어 던져놓는다. 결코 완결된 하나로 이어지진 않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되는 그것들을.

추억은 추억일 뿐 현실이 아니다. 그것을 말해주듯 영화의 마지막에선 그저 가끔씩 서로 지나칠지는 모르지만 결코 만나지 않는 그들의 모습, 아니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초속5센티미터』는 한 감성적인 개인이 일기에 끼적거린 그때 그 시절의 기록이다. 그것은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또 너무나 아련한 그것, 바로 당신의 추억.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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