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 Zombie - The Sinister Urge (2001)

 

경계를 무시한 장르의 혼합. ‘하이브리드’는 활용당할 대로 당한 대중음악의 마지막 출구 같다. 물론 잊혀 질 때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또는 반복될) 장르의 순환도 그 해법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White Zombie의 프런트맨이었던 Rob Zombie의 음악은 헤비메탈과 펑크, 그리고 인더스트리얼과 스트링사운드(물론 프로그래밍된)가 혼합된 기묘한 ‘하이브리드’다. 게다가 공포영화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의 캐릭터까지.


어느새 호러무비계의 재능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롭 좀비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전업해서는 곤란하다. 그건 그가 들려주는 음악이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던져주는 기괴함의 정서는 분명 공포라는 감정에 기대고 있지만, 때론 코믹해보이기까지 하다. 이건 마릴린 맨슨이 보여주는 그로테스크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롭 좀비의 이미지는 마초적인 기운이 가득한 헤비메탈에 보다 가까워서 그런지, 위악(爲惡)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유치함이 있다. 그래서 좀비의 음악이 맨슨의 것보다 더 재밌고 더 쉽게 다가온다.


롭 좀비의 2001년 앨범이자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인 『The Sinister Urge』(앨범제목인 ‘The Sinister Urge'는 에드 우드Edward D. Wood의 61년도 영화제목과 같다)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그가 White Zombie 시절부터 들려준 흥미로운 '하이브리드' 헤비메탈은 여전히 유효하다. 프로그래밍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80년대와 90년대를 아우르는 메탈리프, 거기에 스트링과 브라스 사운드가 덧붙여진 『The Sinister Urge』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풀어내는 데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공포영화같은 인트로 “Sinners Inc."가 지나면 8비트 기타리프가 곡을 이끄는 ”Demon Speeding"이 이어지는데, 이곡을 비롯한 앨범 전반에서 들리는 스트링 사운드는 마치 호러무비의 급박한 순간에 곁들여지는 BGM처럼 들린다. “(go to) California"에서는 엉뚱하게도 헤비메탈과 어우러진 브라스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다.

 


『The Sinister Urge』에 참여한 외부 게스트들을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다. 5번 트랙인 “Iron Head"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아챌 수 있는 오지 오스본이 참여하고 있고, 슬레이어의 Kerry King, 머틀리 크루의 Tommy Lee도 앨범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Daughtry의 앨범 세션을 했던 기타리스트 Phil X, 비스티 보이즈와도 작업한 턴테이블리스트 Mix Master Mike, 림프 비즈킷의 DJ Lethal도 참여하고 있으며, Jane's Addiction 출신의 베이시스트 Chris Chaney의 이름도 크레딧에 실려 있다. 이쯤 되면 『The Sinister Urge』는 끼리끼리 모인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종합선물세트같다.

앨범의 마지막은 롭 좀비의 감독 데뷔작 『House Of 1000 Corpses』의 사운드트랙인 “House Of 1000 Corpses”가 장식한다. 개인적으로 자주 들었던 곡은 “Demon Speeding"과 “Dead Girl Superstar", 그리고 ”Feel So Numb".

Rob Zombie
- The Sinister Urge
(2001)

01. Sinners Inc.
02. Demon Speeding
03. Dead Girl Superstar
04. Never Gonna Stop (the red, red kroovy)
05. Ironhead
06. (go to) California 
07. Feel So Numb
08. Transylvania Transmissions Pt. 1
09. Bring Her Down (to Crippletown)
10. Scum Of The Earth
11. House Of 1000 Corp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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