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표현보다 ‘끼적댄다’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전자가 말 그대로의 뜻이라면 후자는 ‘글씨를 아무렇게나 갈겨 쓰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자신의 행위를 조금 낮춰 일컫는 느낌을 준다. 두 단어를 굳이 구별해 쓰는 이유는 내가 이 장소에 남기는 글들이 직업적 투철함이나 견고한 사명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취미의 일환으로 쓰여지는 것이며, 그래서 그 결과물이 완성도의 편차를 보이더라도 무겁게 고민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자는 일종의 사전 방어막을 쳐놓기 위해서이다. 부담 갖지 말고 마음을 편히 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만큼 가벼운 글을 ‘끼적대’지 않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없지는 않다. 그때가 올는지 모르지만 이곳에 문자를 배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