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포함 이런 말을 계속 해서 안타깝긴 한데 어쩌랴, 각색된 영화의 모든 원작을 일일이 찾아볼 수는 없잖은가. 이럴 때 터무니없이 부족한 독서량을 탓해봤자 소용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래야만 마음이 좀 놓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는 주제 사라마구의 원작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 를 봤고, 그래서 원작소설이 이 영화에 가지는 비교우위(당연히)를 측정할 입장이 못 된다는 말이다. 영화를 원작과 분리한 채 영화 자체만으로 보겠다는 구차한 변명. 어느 날 사람들이 하나 둘 눈이 멀어간다. 처음 이 증상을 가진 일본인 환자를 진찰했던 안과의사(마크 러팔로)도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이 알 수 없는 증세가 옮겨갈 것이 걱정되어 아내(줄리안 무어)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 하지만 그녀의 눈은 멀..
이냐리투의 영화를 보는 것은 누군가의 황폐해진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런 경험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지난 아픔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거나 혹은 영화에서 실시간으로 그런 역경과 마주치게 된다. 영화 에서 지구상의 다른 공간에서 동시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서로 희미한 끈으로 연결되어있다. 각기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현미경을 이용해야만 하는 의 에피소드들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출발점의 작은 행위가 거대한 폭풍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닮아있다. 모로코와 일본,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이라는 영화 속 장소들은 각 공간간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단절되어 있지만, 인간사를 고난의 연속이라 부를만한 몇 가지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영화를 통해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