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바깥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들어서니, 파리에 도착했다는 느낌 때문인지 대도시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내가 맡은 것이라곤, 그저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냄새, 공항 내 상점에서 풍기는 방향제의 향기 따위였을 테지만, 그런 냄새들이 섞인 채 내 후각을 자극할 때면, 내 두뇌 어딘가에서 그것은 도시의 냄새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곤 한다. 나는 대도시에 대한 호감이 있다. 소설가 김중혁이 그의 어느 소설집 뒤에 남긴 작가의 말에 동의하듯, 나는 '속된 도시'가 좋고 앞으로도 그곳에서 살아가고 싶다. 방향을 바꿔가며 끝없이 연결된 도로와 우러름을 강요하는 마천루에 매혹을,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 손을 탄 장식처럼 펼쳐진 도심 공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