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겔레르트 언덕에서 곧장 호텔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부다 지구 아래쪽까지는 버스를 타고 내려왔고, 거기서부터 다리 건너 페스트 지구까지는 걸어왔는데, 야경을 이대로 두고 바로 잠을 청하기는 아쉬워 강 건너 부다 왕궁이 뿜는 빛을 한 시간 남짓 감상했다. 내 보잘것없는 사진 실력으로 이 불빛을 담아내긴 역부족이었지만, 눈으로라도 더 봐둬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도나우 강변엔 추운 밤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를 데리고 나온 시민들. 왁자지껄하게 젊음을 뽐내는 청년들. 나처럼 여행자의 것처럼 보이는 두툼한 백팩을 등뒤에 맨 채 왕궁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왕궁 사진을 몇 장 찍어보다 초점도 맞지 않고 손도 차가워져 그만두고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부다 왕궁의 빛. 그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