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새삼스레 (이하 )의 매력 없는 스토리를 부여잡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조금 생뚱맞은 일이 될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김지운의 전작들이 엄청난 흡인력을 가진 줄거리를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국적에 가까운 영화 속 분위기에 매혹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니다. 웃음 속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의 산장, 현실과 격리된 듯 환상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의 별장, 의 차갑고 세련된 도시의 밤거리. 김지운 영화의 세계는 이들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으로만 본다면 꼭 판타지를 그리지 않더라도 영화가 굳이 현실의 충실한 반영이 될 필요는 없음을 증명한다. 그가 그려내는 세상은 어느 곳, 어느 지점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