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VHS I] Bon Jovi - Cross Road (1994)

얼마 전 집안 청소를 하다 잊고 지냈던 비디오테잎 몇 개를 찾았다. 아직 VHS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헤드가 망가진 지 오래됐고 지금은 DVD 플레이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기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래 쓴 물건에 대한 부질없는 애착 때문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찾아낸 테잎 중에는 음악 관련 영상들이 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금 소개할 Bon Jovi의 『Cross Road』, 뮤직비디오 모음집이다. 시간의 앞뒤가 헷갈리긴 하지만 지금 기억으로는 아마 이것이 최초로 구입했던 음악영상 관련 테잎이 아닌가 한다(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메탈리카의 『One』이 확실). 본 조비는 당시 가요와 팝을 주로 듣던 내가 Rock의 매력에 빠져들기까지 가교역할을 했던 몇몇 밴드 중 하나다. 시작은 친구가 녹음해준 Rock넘버 모음집이었는데 그 안에는 Whitesnake, MSG, Gun's N Roses 등과 함께 바로 본 조비의 노래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왜곡된 기타소리와 심장을 두드리는 목소리의 보컬리스트들의 세계로 발을 옮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역시 본 조비의 노래들이었을 것이다. 그 애정이 자연스레 영상으로 이동한 것은 물론이었고 급기야 동명의 베스트 앨범의 수록곡들의 뮤직비디오가 담긴 『Cross Road』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테잎의 수록곡 리스트는 음반과 차이가 있다. 같은 해인 94년 발매된 동명의 앨범엔 수록되어 있는 “Someday I'll Be Saturday Night", "In And Out Of Love", "Runaway", "Never Say Goodbye"의 뮤직비디오가 테잎엔 없고, 대신에 "Dry County", "Living In Sin", "Miracle", "I Believe", "I'll Sleep When I'm Dead"의 클립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Never Say Goodbye"를 상당히 좋아했는데, 뮤직비디오로는 볼 수가 없어서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보니 케이스의 하단과 테잎 중앙에 빨간색 바탕 위 ‘연소자 관람불가’라 표기되어 있는 게 재밌다. 아마도 “Always"의 몇 장면이 당시 심의위원들의 고매하신 판단을 비켜가지 못했나 본데, 그렇다면 당시 연소자였던 나에게 이 테잎이 있는 이유가 뭐지?


정작 이제는 틀어볼 수도 없는 아이템이 된 VHS지만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고 그 시절이 기억나기도 한다. 아,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요즘 아이들은 VHS, VTR, VCR 등의 단어를 알고 있을까?

킁킁, 웬 복학생 모드냐? 훠이 훠이~~

* 『Cross Road』는 이후 2005년 CD와 DVD의 합본 형태로 재발매가 되었다. 원래 버전의 CD1과 B-Side 컴필레이션인 CD2, 그리고 런던 라이브 영상을 담은 DVD가 그 내용이다. 원곡의 뮤직 비디오가 실려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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