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IO EX-H7100 전자사전 사용기

CASIO EX-H7100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어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알아두면 편리한 도구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언어 자체의 흥미도를 떠나 최근에 각광받는 언어는 단연코 중국어다. 거대한 시장임과 동시에 우리가 싫든 좋든 이미 강대국의 대열에 서버린 이 나라의 언어를 모르고서는 더 이상 뻗어나갈 구석이 없긴 한가보다. 그런 이른바 ‘대세론’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사로잡아버린 것일까. 결단코 그런 것이 아니라 주장해 보더라도 이미 중국어 공부를 하기로 맘 먹은 내 모습은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전자사전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어 사전이 포함된 또 다른 사전을 구입한 걸 보면 말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은, 기본적으로 영어와 국어사전에 일본어 사전부가 포함된 Sharp의 SD-S85 모델이었다. 샤프의 제품들은 기능은 둘째 치더라도 그 컴팩트한 사이즈가 특색이다. 그 때문에 이미 새 전자사전을 구입한 지금도 공부를 할 때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게 찾을 것들은 샤프 사전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코트나 점퍼 주머니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휴대의 편의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아직도 샤프 제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카시오의 EX-H7100은 광고상으로 중국어 학습에 특화된 것으로 표현된다. EX-word 시리즈의 하나로 출시된 이 제품은 영어학습에 중점을 둔 EX-H6100이나 일본어학습에 초점이 맞춰진 EX-H3100과 비교될 수 있는 전자사전이다. 그렇다고 중국어 외의 사전이 없는 것은 아니고,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국어사전이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포함되어있다. 중국어 사전의 경우 다른 전자사전들이 보통 두 권 정도, 즉 중한사전과 한중사전을 수록하고 있는 반면에, EX-H7100은 중국어 관용어 사전과 중국어 표현사전, 유사어 비교사전, 외래어 사전, 시사용어사전, 그리고 간단한 여행용 회화사전과 비즈니스 중국어 사전, HSK 관련 사전(총 세가지)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학습 초기단계여서 그런지 한중사전과 중한사전 이외에는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다. 섣부른 판단일지 몰라도 공부가 계속되더라도 이런 비중은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웬만한 어휘들은 이 단 두 사전 만으로도 충분히 학습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풍부한 사전부 수록으로 EX-H7100이 중국어에 중점을 뒀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H7100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긴 배터리 수명이다. 나는 휴대용 기기를 선택할 때 유달리 배터리의 사용길이에 집착하는 편인데, 가뜩이나 충전할 것이 가득한 지금 상황에 여기 저기 꽂아놓은 어댑터들이 눈에 거슬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전의 횟수가 적은 제품들을 좋아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컬러제품들을 포기하고 흑백화면의 EX-H7100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컬러 LCD의 밝음은 분명 가독력을 높여주겠지만, 그만큼 전지의 소모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EX-H7100은 AAA 배터리 두 개로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하다(제품 설명서는 영한사전의 검색화면으로 130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또 작은 부분이지만, 화면이 밝지 않은 흑백 LCD를 사용하고 있기에 라이트 기능을 첨가한 것은 사전 사용에 용이한 부분이다.

* EX-H7100의 장점

- 중국어 학습에 특화된 풍부한 사전부
- 긴 배터리 수명
- 밝지 않은 흑백 LCD를 위한 라이트 기능


사전부의 세세한 장단점은 사실 수록되어 있는 사전의 목록을 살펴보면 충분히 알 일이고 이제는, 기기자체의 단점을 좀 열거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기기의 장점으로 보아도 좋았을 카시오의 자필인식 기능이다. 그러나 이 자필인식 기능이 장점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몇 가지 문제점 때문이다. 중국어는 알다시피 한자를 사용함으로써 필기인식 없이는 검색이 용이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많은 전자사전들이 필기인식 기능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런 분야에서 좋은 기능을 선보이는 제품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EX-H7100은 그런 제품들과 약간 다르게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해 필기 가능한 창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즉 메인 검색창엔 터치펜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고, 직접 필기를 하기 위한 창이 따로 있는 셈이다. 문제는 EX-H7100의 자필인식 기능이 그런 타 제품의 인식력에 비해 떨어진다기 보다, 스타일러스펜의 사용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기기를 구입하고 직접 사용해보기 전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사항이었다. 특히 매형이 사용하는 에이원프로 전자사전의 검색기능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진 말이다. 에이원프로나 누리안 등 우리나라에서 중국어 사전으로 유명한 제품들은 모두 스타일러스펜을 사용해 메인화면 자체에서 직관적인 검색(드래그와 점프를 자유로이 할 수 있는)이 가능하다. 중국어 문자의 성격상 검색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어쩌면 이런 기능은 필수적일 수도 있을 텐데, EX-H7100의 자필인식 검색방법은 약간 번거로운 감이 있다. 구입하기 전에 이 같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다.

또한 자필인식 창에 펜으로 쓰는 동안 순간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ENTER 버튼의 위치가 애매하다. 익숙해지면 그다지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사용초기에는 한자를 쓰는 도중에 ENTER 버튼을 누르기가 일쑤여서, 한자 전부를 그리기도 전에 검색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버튼의 적절한 배치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전자사전의 부피와 무게가 다소 나간다는 것이다. 큰 부피는 사진을 함께 올린 샤프 제품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으며, 무게 또한 휴대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약간 무거운 편이다. 최근의 트렌드가 전자사전 안에 여러 가지 기능을 집어넣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EX-H7100의 경우 흑백 LCD를 사용하는 데다가 군더더기 같은 부가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거운 무게와 큰 부피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 EX-H7100의 단점

- 중국어사전으로 유명한 타사 제품에 비해 조금은 불편한 필기검색시스템
- 자필인식검색에 익숙해지기까지 종종 건드리게 되는 ENTER키의 애매한 위치
- 조금은 큰 부피와 약간 무거운 무게


그러나 장점과 함께 이러한 단점을 고루 가지고 있더라도 무언가를 공부하면서 사용기기를 탓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결국 열악한 수준이라도 전자사전을 사용하고 있다는 자체가 일정이상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반증이며, 나의 경우 비교적 뛰어난 수준의 사전을 두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 학습에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기 자체에 대한 견해일 뿐, EX-H7100은 중국어는 물론 영어나 일본어를 공부하기에도 충분히 만족스런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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