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주일, 한달, 오로지 한 곡만 듣기

스스로를 돌아보면 확실히 끈기가 있는 성격은 아니다. 특히나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이라 무슨 일, 어느 사물, 어떤 사람에게든지 꾸준한 관심을 주는 경험은 거의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뒤늦게 후회할 일도 꽤 많았던 것 같다. 특히나 사람인 경우엔 더욱.

대상이 음악이라 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나마 CD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에는 휴대한 몇 장의 CD를 하루 종일 듣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양의 음악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MP3P의 시대라면 한 곡의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폴더의 노래를 검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새삼 선택 받지 못한 CD속 숨겨진 명곡을 찾자는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 한 곡에 ‘삘’ 꽂혀 올인하는 경험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 동안 하루, 혹은 1주일, 길게는 한 달 내내 한 노래만 들으며 다녔던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 아니 딱 두 곡이 있다. 하나는 몇 년 전 발표되었던 오디오슬레이브의 ‘Be Yourself’, 다른 하나는 요즘 빠져있는 존 메이어의 ‘Say’.

Audioslave - Be Yourself (Album Version, Closed Captioned)

출처: 유튜브 Audioslave 채널


‘Be Yourself’는 지금은 해체된 오디오슬레이브의 두 번째 앨범, [Out Of Exile]의 첫 번째 싱글이다. 오디오슬레이브의 정수 트랙들(이를 테면 ‘Show Me How To Live’나 ‘Your Time Has Come’같은) 에 비해 강렬한 매력은 떨어지지만, 1집의 ‘Like A Stone’에 이어지듯 차분한 분위기가 듣기 좋고 반복되는 기타 멜로디 또한 묘한 중독성을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성기를 살짝 지나 앨범이 거듭될수록 버겁게 느껴지는 크리스 코넬의 목소리가 그다지 부담 없이 들려온다는 것이 다행이다.

 

‘Be Yourself’의 경우에는 근 한 달여를 한 트랙만 들었던 것 같다. 한 곡만 줄곧 듣다 보면 확실히 쉽게 질려버리긴 한다. 그 이후로 이 노래를 다시 들었던 횟수는 한 손의 손가락만으로 계산이 가능할 정도다. 지금 와서 들어보면 그냥 밍밍한 느낌이 들 뿐이다. 무엇이 그때 그렇게 한 곡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마도 그때 당시의 나의 상황이나 심리상태와 절묘하게 맞물리는 지점이 있으리라.

 

John Mayer - Say (Official HD Video)

출처: 유튜브 John Mayer 채널


2007년 로브 라이너 감독의 영화, <버킷 리스트>의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진 존 메이어의 ‘Say’는 싱글로 발매되어 싱글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원래 그의 정규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은 곡이지만 특별반으로 발매된 [Continuum]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들어가 있다고 한다. 구성은 굉장히 단순한 곡으로 후렴구만으로도 노래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곡인데, 역시 단순할수록 오래 반복해서 듣기에 수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존 메이어의 ‘Say’는 약 1주일간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이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열중해서 듣고 있는 요즘에는 감히 다른 곡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힘들 정도다. 노래 하나를 계속해서 듣는 행위는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특별한 이유같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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