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터: 라스트 미션 / Transporter 3

전편들을 본 관객들이라면 아마도 헛된 기대를 가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트랜스포터: 라스트 미션>(이하 <트랜스포터 3>)은 1, 2편에 이어 여전히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엉성한 이야기를 그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1편부터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테이덤)의 이 세 번째 미션까지 쭉 함께 해 온 이들이라면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중요치 않다. 보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따로 있다.

 


<트랜스포터 3>의 여주인공 발렌티나(나탈리아 루다코바)는 극중 이런 대사를 날린다. 프랭크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스크린 바깥에서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보는 이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인에 가까운 생존력과 지킬 것은 꼭 지키고 마는 완벽한 보호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일단 보는 이의 마음은 놓인다. 남은 것은 이 무적의 주인공이 그 놀라운 능력을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기대하는 것뿐.

 

 

간단히 말해서 <트랜스포터 3>는 전편보다 더 흥미진진한 액션을 선보인다. 1편의 감독이었던 코리 유엔의 이름이 여전히 영화의 크레딧에 올라있는 가운데, 이제 지나치면 아쉬울 1대 다수의 격투씬은 물론, 현란한 앵글로 담아내는 자동차 추격씬, 그리고 최종보스와 펼치는 열차 위에서의 아찔한 대결까지 <트랜스포터 3>는 액션영화의 필수요소들을 러닝타임의 중간중간에 적절히 배치해놓는다. 감독 올리비에 메가톤이 연출해내는 화면들은 마치 한 장면 한 장면을 완전히 분해해서 잘게 쪼개어놓은 다음 그 세세한 연결점들을 생략하는 식으로 완성된 듯하다. 당연히 현실의 시간은 왜곡되고 프랭크 마틴의 발차기의 속도는 슈퍼히어로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폭발은 더욱 위력적으로 보이며 때깔 좋은 명품 차들의 속도경쟁도 훨씬 위험천만하게 보인다.

이 시리즈에서 보고 싶은 건 바로 이런 거다. 1, 2편을 좋게 보았든 나쁘게 보았든 이미 3편까지 보고자 결정한 이들의 마음엔 이미 탄탄한 내러티브를 기대하는 마음 따윈 요만큼도 없을 것이다. 멍청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악당들은 여전히 총알을 낭비하고 있고 주인공을 제 때에 처리하지 않아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도 그들이다. 아무렴 어때. 어차피 그들은 고민 없이 신나게 쳐부술 게임 속 장애물과도 같은 존재일 뿐인걸. 중요한 건 제이슨 스테이덤의 폼 나는 발차기.

이제는 고급수트를 걸치고 아우디를 멋지게 모는 이 사내가 확고한 캐릭터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아무 생각 없이 질주하는 액션을 감상하고 싶다면 <트랜스포터 3>는 썩 괜찮은 선택이다. 이 영화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욱 강화된 액션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관객의 기대를 딱 적정수준에서 충족시켜준다. 그런 면에서 <트랜스포터> 시리즈는 속편들이 일편보다 나을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프랜차이즈 영화일 것이다. 적어도 쓸만한 이야기를 구축하느라 정력을 낭비할 필요조차 없는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한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일찌감치 접어두게 만든다. 눈깜짝할 새 뒤로돌아 적을 해치우고 어떠한 위기상황 안에서도 완벽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프랭크 마틴. 이런 주인공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에 환호하며 이 시리즈의 한계점을 인정하고 있다면 여전히 다음 편을 기대해 볼만 하다(설마 한국 제목대로 마지막 임무는 아니겠지?).

 

 

아, 1편의 기름을 이용한 격투, 2편의 호스를 활용한 액션에 이어 3편에선 제이슨 스테이덤이 옷을 하나씩 벗으며 적을 해치우는 장면이 볼만하다. 이미 <데스 레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제이슨 스테이덤의 탄탄한 등 근육은 물론 그의 잘 빠진 상체가 남성 관객들에겐 자괴감을 선사하거나 여성 관객들에겐 눈요기가 되어 줄 것이다. 다음 편에선 과연 어떤 소재를 사용해 적을 소탕할지, 이런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특징.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새미 슐츠의 등장.

 

2008/12/23 - 트랜스포터 / The Transporter
2008/12/25 - 트랜스포터 엑스트림 / The Transpor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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