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 리뷰 쓰기 (박석환)



그렇지 않았던 소년은 드물겠으나 만화는 어릴 때부터 참 좋아했다. 지금은 잘 읽지 않지만 나이가 먹어서 때문은 아니고 뭐든지 결말이 나지 않으면 읽기 꺼려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TV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음 회, 다음 권을 기다리기는 너무 애가 타니까. 요즘엔 종결된 만화는 또 너무 길어서 읽을 엄두를 못 낸다. 아무튼 이렇게 점점 멀어지나 보다.

<만화보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 리뷰 쓰기>는 실은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와 함께 구입한 책이다. 본래 서평에 관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세상 모든 글쓰기’ 시리즈에는 그런 책이 없었다. 대신에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의 이름이 낯이 익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읽은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의 주인이다.

 


예전에 읽었던 저자의 글에서 느낄 수 있었듯 이 책에서 또한 설명하려는 대상을 분석적,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엿보인다. 다소 딱딱한 감도 있지만 ‘지침서’류에는 어울리는 설명방법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리뷰라는 것은 스스로의 감상을 남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행위다. 좋은 리뷰는 리뷰대상이 되는 만화와 독자간의 다리역할을 한다. 적절한 언어를 사용해 작품이 지닌 가치를 효율적으로 드러내면 리뷰의 독자는 해당 만화의 잠재적 소비자가 된다. 리뷰의 순기능이다. 이는 비교적 공식적인 여러 매체뿐 아니라 과거엔 개인적 공간에 불과했던 블로그를 통해 생산되는 리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수많은 방문객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스타블로거의 경우라면 이런 리뷰의 역할이 주는 책임의식으로부터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마음먹고 만화에 대해 좋은 리뷰를 써보겠다는 이들이라면 <만화보다 쉽고 재미있는 만화 리뷰 쓰기>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앞에 읽었던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도 그렇고 이 책도 읽다 보면 때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재삼 일깨워주는데 그치는 내용이라거나 지루한 동어반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자주 그렇게 느낀다면 더 이상 이런 지침서들을 읽을 필요는 없다. 허나 여전히 그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건져낼 수 있다면 읽어볼 가치는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데 있어 자기만의 구성을 미리 갖추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단락별로 다룰 내용을 미리 정하고 그 틀에 맞춰 글을 써보는 것은 글이 안 써질 때, 그러나 오랫동안 블로그를 비우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해 볼 만한 방법이다.

또 워드프로세서에서 원고의 검수를 모두 마치는 것이 아니라 인쇄한 후에 종이를 직접 보고 글을 수정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듯하다.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소설가인 저자가 탈고의 마지막 과정을 프린트된 원고로 한다는 부분이었다. 컴퓨터 화면은 정확성을 추구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두 저자의 의견이 일치한다. 내가 오래 전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다시 볼 때 그때는 몰랐던 비문이나 오, 탈자가 눈에 많이 띄었던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제대로 지키기는 힘들겠지만 간혹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고 싶을때 활용 해 봄직하다.

책의 말미에는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만화 리뷰를 쓰는데 도움을 줄 참고도서들을 소개하고 있다. 꼭 높은 수준의 만화 리뷰를 쓰기 위한 목적 외에도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들이 눈에 띈다. 천천히 골라 리뷰 쓰기와 병행해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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