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 (김봉석)



예전에 블로그 카테고리 제목으로 ‘영화리뷰’, ‘책리뷰’ 등을 사용한 적이 있다. 한동안 블로그를 방치해두고 다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카테고리 제목을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등으로 바꾼 것이다. 그건 ‘리뷰’라는 단어가 주는 다소 딱딱한 느낌 때문이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잡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자유로워 보였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는 곧 블로그를 부담 없이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이 행위가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한 직업이 아닐 바에야 부담은 곧 흥미의 반감을 가져올 테고 블로그의 지속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쓰는 글이 좋을 리 없고 또 솔직할 리 없다. 카테고리 명칭의 변경은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의 첫 단계였다. 그것이 바뀐다고 그 내용 자체가 변할 리는 없겠지만 약간의 비겁한 우회로 취미생활로서 이 가벼운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비껴간다 해서 글쓰기 자체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떤 마음가짐보다 본인의 능력과 관계 있는 것이다. 가끔씩 예전에 쓴 글들을 읽어본다. 어떤 글은 지금도 공감이 될 만큼 꽤 잘 썼다 싶지만 어떤 글은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창피한 수준이다. 어차피 이 공간을 본인의 기억을 남기는 도구이자 글쓰기를 위한 연습장으로 활용하는 이상 스스로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최근에 몇 권의 글쓰기 지침서를 구입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의 글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에는 반복하여 글을 써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영화 리뷰 쓰기>같은 글쓰기 지침서는 앞의 과정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허전함을 느낄 때 한번 들춰볼 만 하다. 막힘이 있을 때 일종의 조언을 구해보는 것이다. 이 책은 일간지와 영화잡지,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대한 다양한 글을 써온 저자의 경험을 통해 영화 리뷰를 써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방법론을 제시한다. 140페이지 남짓 되는 짧은 분량의 책은 금방 읽힌다.

저자는 우선 ‘영화 리뷰’가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설명하고 바로 이어 리뷰 쓰기에 필요한 기초적인 작업들을 설명해나간다. 만약 지금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간에 영화 리뷰를 쓰고 있는 사람들, 혹은 앞으로 그러리라 마음 먹은 이들이라면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이미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보다 수준 있는 리뷰를 완성하기 위해 책의 저자가 전하는 충고들, 이를테면 영화개론서나 영화사(史)를 다룬 책을 일독하길 권하거나 리뷰의 대상이 되는 작품을 반복해서 보라는 권고 등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위일 테니까.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나 진지한 태도가 글의 수준을 높여준다고 장담하진 못해도 그 목표에 이르도록 도움을 줄 순 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책을 이루는 총 여섯 챕터 중 제 5장은 각 소제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글의 처음과 마지막을 인상적으로 쓰거나, 간결한 문장을 사용할 것, 또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은 스스로의 글을 다른 이들의 그것과 차별화시키는데 꼭 필요한 작업이다.

거의 모든 지침서가 그렇듯 이 책도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책의 지침을 맹목적으로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 자신의 글을 좀더 윤택하게 만들 요소들을 선택해 그에 맞게 글을 써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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