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 딕플 D100 (Iriver Dicple D100)
- 그 外 이야기/소비의 기록
- 2010. 2. 2.
IRIVER DICPLE D100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전자사전은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를 주된 컨텐츠로 삼고 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 제조업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학습자가 많은 이 세 언어 외에 여타 외국어를 탑재한 전자사전을 보기 힘든 것도 이해는 간다.
앞의 언어들이 전자사전 컨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이리버 딕플 D100은 독일어와 불어 학습자들이 무척 반길만한 전자사전이다.
개인적으로 D100은 샤프 SD-S85와 카시오 EX-H7100을 거쳐 세 번째 만나는 전자사전이다. 사용빈도가 떨어져 버린 SD-S85는 현재 다른 이에게 가 있는 상태지만 EX-H7100은 여전히 내 부족한 어휘저장고를 열심히 채워주고 있는 녀석이다.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EX-H7100은 쓰면 쓸수록 괜찮은 전자사전이다. EX-H7100은 사실 전자사전으로서는 불필요한 mp3나 동영상 재생 기능 없이, 혹은 배터리 사용량만 늘리는 컬러 화면 없이 흑백 디스플레이로 학습에 필요한 요소만 정확히 담아냈다. 다소 부담되는 EX-H7100의 무게가 간혹 SD-S85를 그리워하게 하지만, 노트북이며 넷북이며 책이며 무거운 것을 잔뜩 들고 다니는 현대인이라면 그 위에 다만 몇 그램을 살포시 더한 것일 뿐, 외출 시 집에 둘지 가지고 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D100 역시 가벼운 편은 아니다. 스펙상의 무게는 EX-H7100이 건전지 포함 285g, D100이 235.7g이긴 하나 웬일인지 케이스를 씌운 D100이 체감상 무게가 더 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독일어와 불어사전의 탑재는 전자사전 시장에서 D100의 위치를 확실하게 해준다. D100의 출시는 그 동안 무거운 종이사전을 들고 다니느라 허리가 휘었던 두 언어의 학습자들이 드디어 가방 안에 여유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공자라면 더욱 반가운 사전의 탄생이다.
아이리버의 Slim X 이후 포터블 기기는 모두 코원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코원의 성능과 아이리버의 디자인을 결합한 상품은 나올 수 없을까 항상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아이리버의 디자인은 주변인들의 감탄을 끌어 낼 만큼 단순함과 깔끔함을 모토로 언제나 한발 앞서간다는 느낌을 준다.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외모를 가진 D100 역시 주목 받기 좋은 아이템이다.
D100은 mp3 플레이어의 기능과 동영상 재생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쪽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리버이니 이 두 기능에 대한 믿음은 미리 가져도 좋을 것이다. SRS WOW HD 음장을 적용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최대 720 x 480 해상도의 AVI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D100이 열혈 학습자를 타겟으로 한, 즉 학습의 효율성에 최적으로 맞춰진 제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영상 감상을 위해 채택된 1600만 컬러의 WQVGA 디스플레이는 보기에는 좋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을 줄이는 주범이며,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것은 로딩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팅 시에도 그렇지만 mp3나 동영상 메뉴 진입 시엔 더 긴 로딩시간을 필요로 한다.
전자사전의 가장 큰 목적이 학습자의 편의를 도와 학습 시간을 단축시키고 공부의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면 D100같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사전은 어쩌면 썩 안 어울리는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공부를 하다 생소한 단어를 발견해 급히 사전을 찾아야 할 경우엔 SD-S85나 EX-H7100같이 사전의 기능에만 충실한 제품들이 쓰기에 더 적합하다. 이 제품들이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곧바로 사전메뉴에 진입할 수 있고 각 메뉴의 이동 시 별도의 로딩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편의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포기한 대가다.
* D100의 장점
- 독일어, 불어 사전 탑재(!)
- 720 x 480 해상도의 Xvid 영상 재생
- 풍부한 학습 컨텐츠
- 깔끔한 디자인과 색상
* D100의 단점
- 부팅 시, 멀티미디어 메뉴 진입 시 긴 로딩
- 전자사전으로서 부족한 편의성
결국 전자사전으로서 D100의 가장 큰 의의는 독일어와 불어 사전 컨텐츠에 있다. 여러 가지 기능들을 종합해 볼 때 D100을 학습에 도움을 주는 멀티미디어 기기 정도로 칭하는 편이 좋겠다. 독일어와 불어 전자사전을 찾는 이들에겐 현재 D100이 유일한 선택이 되겠지만 차후 비주류 외국어 학습 컨텐츠를 탑재하고 보다 학습에 초점을 맞춘 전자사전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