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Alice In Chains: Dirt (1992)

1990년대 초반, 이른바 얼터너티브, 그런지 음악의 카테고리 내에서 활약한 밴드들 중 가장 먼저 상업적 성공을 기록한 팀은 Nirvana도 Pearl Jam도 아니었다. Nirvana가 두 번째 앨범이자 실질적인 메이저 데뷔앨범이었던 『Nevermind』로 대박을 터뜨리고, Pearl Jam이 『Ten』을 내놓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때는 91년이었는데, 이는 데뷔앨범 『Facelift』로 이미 골드를 달성한 동향(同鄕)밴드, Alice In Chains(이하 AIC)의 출발보다 1년이나 늦은 것이었다. 이후『Facelift』는 빌보드 앨범순위(The Billboard 200)에 무려 59주 동안 머무르며 그런지 밴드들이 락계의 주류를 잠식하는 현상의 출발점임을 자처했다.

 


AIC의 출발은 그들의 다음 행보에 비하면 오히려 초라해 보인다. "Brother", "Got Me Wrong"등이 수록되어 있는 어쿠스틱 EP 『Sap』으로 잠깐 팬들의 귀를 달래고, 1992년 9월에 발표한 이들의 두 번째 앨범 『Dirt』는 빌보드 앨범순위에 6위로 데뷔한데 이어 발매 2개월도 되지 않아 플래티넘을 기록한다.『Dirt』는 『Facelift』보다 더 어둡고 우울한 사운드로 완성된, 명실 공히 AIC의 마스터피스다. 이 앨범에서는 전작에서 어렴풋이 감지되던 80년대의 유산을 완전히 배재한 채 그들만의 독창적인 노선을 선택한 AIC의 음악적 결실을 엿볼 수 있다. 특히 90년대에 등장한 가장 뛰어난 기타리스트 중 한명인 제리 캔트럴Jerry Cantrell의 환상적인 리프와 기타사운드는 이후 나타나는 후배 밴드들의 음악에 결정적인 단초 역할을 하게 된다. 기타솔로와 기타테크닉 중심의 80년대의 흐름과는 달리 90년대의 락계에는 다시 리프중심의 시대가 도래한다. 제리 캔트럴이 창조해 낸 리프들은 정형화된 80년대의 메탈리프보다 독창적으로 들렸는데, 거기엔 70년대로 거슬러가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의 영향력까지도 감지된다. 그것은 오히려 더 무겁고 더 거친 헤비메탈의 원형에 가까운 사운드다.

Alice In Chains:
Dirt
(1992)

01. Them Bones
02. Dam That River
03. Rain When I Die
04. Down In A Hole
05. Sickman
06. Rooster
07. Junkhead
08. Dirt
09. Godsmack
10. Hate To Feel
11. Angry Chair
12. Would?


대중음악에서 가히 독특한 형태인 8분의 7박자의 기타리프가 폭발하는 첫 곡 “Them Bones"는 『Dirt』의 음악적 방향이 전작인 『Facelift』와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곡이다. 이어지는 ”Dam That River"는 그나마 전작과의 유사점이 남아있는 곡이지만 제리 캔트럴의 리프센스만은 여전히 돋보인다. 기타의 아밍과 왜곡된 노이즈로 시작되는 “Rain When I Die"는 『Dirt』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데, 이 기묘한 슬로우 템포의 노래는 마치 환각 속에서 꿈틀대는 생명체 같은 보컬라인과 리프진행을 들려주고 있다.


싱글로 발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Down In A Hole", 평범함을 거부하는 기타리프와 드럼패턴으로 청자를 유혹하는 “Sickman",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제리 캔트럴의 아버지가 소재가 되어 극도의 우울함을 간직한 ”Rooster"가 지나면, 마치 블랙 새버스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을 연상케 하는 “Junkhead"가 이어진다. 레인 스테일리의 보컬은 이때까지만 해도 약물에 침식되지 않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Junkhead"에서도 그 특유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7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Dirt"는 다시 제리 캔트럴의 음산한 기타리프가 빛을 발하는 노래다.

레인 스테일리의 독특한 보컬이 흥미로운 “Godsmack", 『Dirt』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극대화 된 ”Hate To Feel", 주문을 읊조리는 듯한 보컬과 독특한 기타리프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 “Angry Chair" 등도 이 앨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트랙들이다. 앨범의 마지막은 이후 얼터너티브 세대의 송가(頌歌) 중 하나로 기록될 “Would?"가 장식한다.

[앨범리뷰] Alice In Chains: Facelift (1990)

[GUITAR] Dam That River: Alice In Chains Cover

* 이미지출처 www.allmusic.com
* 참고사이트 www.aliceinchains.com
                  www.billbo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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