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에어 13인치 2012년형 (Apple Macbook Air 13” 2012)

IOS와 앱스토어를 경험해보니 애플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해 점점 호감이 생긴다. 이른바 '애플빠'의 탄생이다. 때때로 스티브 잡스의 예전 키노트 영상들을 찾아보거나 애플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물론, 애플의 새 제품이 발표되면 바로 구입하진 않아도 관련 자료들을 찾곤 한다.

 

뒤늦게 찾은 2008년 1월에 진행된 애플 키노트 영상을 가끔 본다. 잡스가 마치 가벼운 서류뭉치를 빼내듯 서류봉투에서 맥북에어를 꺼내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는 바로 그 순간이 담겨 있는 영상이다. 나는 그 영상에서 마치 오랫동안 아끼던 보물을 조심스레 꺼내듯, 자부심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잡스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은 사용자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이폰을 이리 저리 만져가며 자기가 원하는 컨텐츠에 쉽게 도달하는 세 살짜리 조카를 보고 있으면, IT기기 애호가는 물론 일반 사람들마저도 광범위하게 매혹시켜온 애플 제품의 편리함과 직관성이 느껴진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에 이어 맥북에어를 구입했다.

 

그 동안 업무용 노트북은 회사에서 제공한 소니 노트북이 있었고 개인 용도로는 레노버 싱크패드 X201을 써왔다.

 

작년 하반기 들어 X201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사용한지 2년이 지나 3년 째 접어들면서 사용중 다운이 되거나 블루 스크린이 뜨는 경우가 잦아졌다. 소니 노트북은 심각한 문제는 없는데 부팅 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두 노트북 다 포맷을 하고 데이터를 다시 깔아 줘야 할 텐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업무용 노트북은 다음 교체시기까지 조금 참으며 사용하고, 이번엔 개인 노트북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맥북에어 외 다른 노트북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단 맥북에어 11인치와 13인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휴대성을 놓고 보자면 11인치 맥북에어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아이패드와 용도가 비슷해 질 것 같아 13인치로 결정했다. 높은 해상도와 상대적으로 긴 배터리 타임도 13인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업그레이드가 힘든 모델이어서 처음부터 사용자 주문옵션으로 CPU와 램, SSD 용량을 높이고, iWork 애플리케이션 세 가지(Numbers, Pages, Keynote)와 맥용 MS Office도 구입해 두었다.

 

그렇게 2012년형 13인치 맥북에어를 구입하여 사용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러나 모든 기기가 그렇듯 사용 시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함께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맥북에어의 좋은 점은?

 

1) 트랙패드의 편리성

 

트랙패드만으로 거의 모든 조작이 불편 없이 가능하다는 건 내가 느끼는 맥북에어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매직마우스를 구입하여 함께 사용하지만, 맥북을 다루고 있으면 어느새 마우스 근처에도 가지 않는 내 손을 발견할 수 있다. 창 간 전환, 스크롤, Launchpad 불러오기 등 수많은 액션을 트랙패드의 멑티 터치 제스처만으로 편리하게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직마우스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 외출 시 가지고 다닐 물건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2) 높은 해상도

 

기존에 쓰던 X201은 1200x800의 해상도를 가지고 있었다. 13인치 맥북에어의 1440 x 900의 해상도는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 엄청난 해상도를 자랑하는 맥북프로 레티나 모델에 관심이 쏠린다.)

 

3) 매끈한 외관

 

과연 이른바 울트라북이라는 비슷비슷한 외양의 노트북 시리즈의 원조임을 자랑하는 디자인이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은 여전히 여타 제조사들의 그것과 완전한 차별화를 보여준다.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다.

 

4) 적은 소음

 

기존에 쓰던 레노버 씽크패드 X201은 동영상 인코딩 같은 CPU 사용 점유율을 높게 차지하는 작업을 할 때 귀에 거슬리는 팬 소음이 있었다. 맥북에어는 3D 게임을 하지 않는 한 팬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그러나 맥북에어로 3D 게임을 돌리면? 마치 활주로에 와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흔히 이때의 소음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상상 이상의 팬 소음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외장 그래픽카드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맥북에어를 게임용으로 쓰는 이들는 많지 않으리라.)

 

5) Speech 기능

 

이건 외국어를 공부 중인 사용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맥북 상의 어떠한 텍스트도 선택한 언어로 읽힌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웹 상에서 영문 기사를 원어민 발음으로 듣고 싶을 때엔 구간을 드래그하여 선택 한 후 트랙패드를 두 손가락으로 클릭하면 부가메뉴 화면이 나온다. 그 후 Speech 기능 선택, Start Speaking을 클릭하면 TTS(Text to Speach) 음성으로 해당 부분을 읽어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iTunes와 연계하여 리딩 사운드를 파일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다른 언어들 보다는 영어 TTS가 덜 어색한 느낌이다. 특히 디폴트로 설정되어 있는 Alex!

 

6) 긴 배터리 타임과 가벼운 어댑터

 

X201도 가벼운 노트북 축에 속했으나 어댑터까지 가지고 다니면 무겁다는 느낌이 있었다. 맥북에어는 기본 배터리 타임(사양서엔 7시간이나, 디스플레이 중간 밝기, 주로 웹 서핑과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4~5시간 정도인 듯)만으로도 한 번 외출 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어댑터도 가벼워 휴대에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느낀 맥북에어의 불편한 점은?

 

1) 창 자동 정렬 기능 부재

 

윈도우 7을 사용할 때 그랬던 것처럼 자꾸 구석으로 창을 드래그, 정렬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창이 화면 한 쪽 구석에 맞춰 자동 변환되지 않고 바깥으로 뛰쳐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윈도우가 그리워진다.

 

2) 흐릿한 한글 폰트, 일부 폰트 부재

 

맥북을 사용하다 보면 윈도우 7의 맑은 고딕이 자주 생각난다. 알파벳은 그나마 나은데 한글은 문자가 뭉개져 보인다. 이 때문에 맥북프로 레티나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또한 MS Office에서 사용하던 맑은 고딕 폰트가 맥용 MS Office를 사용하여 파일을 열 때에는 깨져 보인다. 맑은 고딕 폰트를 설치해도 무슨 연유에서인지 여전히 깨지는 경우가 있다.

 

3) NTFS 방식 외장메모리 미지원

 

FAT32 방식의 외장메모리만 지원한다는 점은 불편하다. 윈도우 노트북과 함께 쓰던 외장하드를 맥북과 함께 사용하려면 데이터를 정리한 후 새로 포맷하거나, NTFS 방식의 외장하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

 

 

사실 상기 불편한 점들은 대부분 OS를 바꾸면서 생긴 것들이다.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적응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다행이라고 할 만한 것은 위 현상들을 해결해 줄 별도의 앱 혹은 해결방법 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탐구하고 공부한 만큼 편리해 지고 능숙해 진다. 사용기간이 늘어나면서 맥북에어의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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