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할 때 별도의 단백질 보충제 섭취가 필요할까?

천천히 달리고 있는 내가 요즘 섭취하고 있는 프로틴 파우더

 

때때로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것 드는 것을 한창 즐겼다. 그 당시 운동을 할 때면 대개 단백질 보충제를 함께 섭취했다. 30대와 40대를 지나면서 이제 더 이상 피트니스 센터에 가지는 않지만 그동안 수영도 배우고, 근력 운동 장소를 헬스장에서 집으로 옮기면서 운동은 꾸준히 해왔다. 수영과 홈트레이닝을 하면서부터는 프로틴 쉐이크를 별도로 마시지 않았다. 영양 섭취를 늘려야 할 만큼 운동량이 많지 않다고 여겨서였다.

 

그러다 2023년 6월 29일부터, 웨이 프로틴(whey protein, 유청 단백질) 파우더를 다시 섭취하기 시작했다. 달리기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니, 막연히 그에 맞게 영양 섭취량을 늘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루 세끼에 단백질 보충제 섭취를 추가했을 때 장단점이나 효험을 꼼꼼히 찾아보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와이즐리라는 사이트에서 해비추얼 웨이 프로틴 파우더를 구입해 한동안 섭취했다. 그 다음에는 11번가/아마존에서 옵티멈 뉴트리션 웨이 프로틴을 구입해 이어서 먹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옵티멈 웨이 프로틴은 헬스클럽에 다닐 때 종종 섭취했던 제품이었다. 이런 단백질 보충제를 운동 후 물, 두유, 귀리 음료(oat milk) 등에 타서 마신다.

 

단백질 보충제를 다시 섭취하기 시작한 후, 현재까지는 이렇게 두 제품을 먹어보고있다.

향후 다른 제품도 시도해보고 싶다.

와이즐리라는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해비추얼 웨이 프로틴 성분표.

나중에 옵티멈 제품과 비교해보니 해비추얼 제품이 덜 달았다.

권장 섭취량이 두 스쿱(총 42g 중 단백질 30g)이다.

나는 한 스쿱(단백질 15g)만 섭취했다.

11번가/아마존에서 구매한 옵티멈 뉴트리션 웨이 프로틴 성분표.

해비추얼 프로틴보다 약간 더 달다.

성분표를 보니 권장 섭취량(해비추얼은 두 스쿱 42g, 옵티멈은 한 스쿱 33g) 당 당류(Total Sugars) 함유량이 조금 더 높다.

단백질은 권장 섭취량 33g에 24g이 들어있다. 

 

개인이 프로틴 파우더를 섭취할 때와 섭취하지 않을 때의 실질적 차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본인의 몸에 예민한 센서를 장착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을 체감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단백질 보충제 섭취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내가 하는 운동에 맞는 단백질 섭취량은 얼마인지, 또 그것을 언제 섭취해야 하는지, 등등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의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늦게나마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아래 내용은 본 글 하단에 표기한 자료들을 참고, 정리한 내용이다.

 

 

한국 사람들은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을까?

 

2021년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에 발표된 ‘한국인 성인의 끼니별 단백질 섭취 분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1세 이상)의 일일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권장 섭취량을 상회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로, Mayo Clinic Health System의 ‘Assessing protein needs for performance’ 자료에 따르면, 미국 사람 대다수는 필요한 양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같은, 경제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인 나는 단백질 보충제 섭취가 필요할까?

 

통계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장량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평균 섭취량을 보여줄 뿐, 개개인의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한지는 스스로의 식단과 운동 루틴을 살펴봐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별다른 육체 활동이 없는 성인은 몸무게 1킬로그램 당 0.8그램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현재 내 몸무게인 73kg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내가 아무 운동도 안 하고 있다면 하루 약 58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된다.

 

본인이 달리기 같은 지구력 운동 종목의 선수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몸무게 1킬로그램 당 1.2에서 1.4그램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된다. 단백질은 운동 후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고 성장시키는 데 필수이다. 따라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운동을 안 하는 사람보다 많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내가 그런 선수라면 현재 몸무게 기준 하루 약 87g에서 102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나는 달리기 선수도 아니고 어떤 대회를 목표로 훈련하는 사람도 아닌, 그저 취미로 조깅을 하는 사람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권장량보다 조금 적은 단백질 섭취량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이제 내 식단을 되돌아보자. 채소와 과일로 섭취할 수 있는 다른 영양소는 차치하고 여기서는 단백질 섭취량만 살펴보자. 

 

그제 아침은 식빵을 우유와 계란에 적셔 구운 프렌치토스트를 먹었다. 계란을 세 개 넣었으니 약 18g의 단백질을 섭취한 셈이다. (우유와 식빵에도 단백질이 소량 있으나 여기서는 계산하지 않는다.)

 

점심에는 스타벅스에서 치즈 포크 커틀릿 샌드위치를 먹었다. 결코 영양 성분이 고르게 함유된 건강한 식사라 볼 수는 없지만 여기서도 단백질만 따져본다. 제품 영양정보 란을 보면 이 샌드위치에는 25g의 단백질이 함유된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음식은 아니지만 가끔 먹으면 맛있다…

스타벅스 치즈 포크 커틀릿 샌드위치에는 25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저녁에는 다른 음식과 함께 돼지고기 구운 것, 동그랑땡 등을 먹었다. 정확한 단백질 수치를 알아내기 쉽지 않으나 대략 30g의 단백질을 섭취한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높을 것이나 여기서는 최대한 낮춰서 추정해본다.)

 

나는 그제 하루 세 끼만으로 약 73g의 단백질을 섭취했다. 여기에 단백질 보충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옵티멈 뉴트리션 프로틴 파우더 한 스쿱의 단백질 함량은 24g이다. 이를 더한다면 나는 하루 동안 약 97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셈이다. (물론 날마다 식단이 다르므로 그보다 적거나 많게 섭취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하지 않을 때 하루 권장 단백질 섭취량보다 약간 적거나 크게 부족하지 않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백질 보충제를 식단에 추가하면 달리기 선수들이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 양과 비슷한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셈이 된다. 프로틴 파우더가 필수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어차피 구입해서 먹고 있으니 도움이 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혹은 자기 합리화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차라리 단백질을 섭취한 만큼 운동량을 늘리자.

 

 

단백질 보충제는 언제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

 

한동안, 아니 지금도, 운동 후 30분 안에 프로틴 쉐이크를 섭취해야 운동으로 인해 손상된 근육의 회복과 근성장에 도움이 된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오랫동안 그들 중 하나였다. 이 30분의 시간(자료에 따라서는 운동 후 60분까지 포함)을 ‘anabolic window’라 일컫는다. 

 

이에 대해 최근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바는, 이 ‘anabolic window’라는 오랜 불문율(?)보다 다소 두루뭉술하다. 

 

단백질 보충제 섭취 시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단백질 보충제를 운동 후 네 시간 혹은 여섯 시간 안에 섭취하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 후 30분 혹은 60분 내에 프로틴 쉐이크를 섭취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 시간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단,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했다면 무언가 먹은 후 운동을 할 때보다 빨리 단백질을 섭취하라 권하기도 한다. 

 

보다 귀기울여 들어야 할 조언은, 단백질 섭취가 하루 중 어느 한 시기에 편중되지 않고 하루에 걸쳐 고르게 이루어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아침 식사 때 단백질을 적게 섭취하고 저녁 식사 시 많이 섭취한다. 그러므로 하루 세끼 중 단백질 섭취량이 적은 끼니에 프로틴 파우더 섭취를 더하는 것도 고른 단백질 섭취 방법 중 하나이다.

 

 

위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몸무게 1킬로그램 당 0.8그램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 달리기 같은 지구력 운동 선수의 경우 몸무게 1킬로그램 당 1.2에서 1.4그램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 일상 식단만으로 권장 단백질 섭취량을 채울 수 있다면 별도의 단백질 보충제 섭취가 필요하지는 않아 보인다. 
  • 단백질 섭취 시기는 운동 후 네 시간 혹은 여섯 시간이 지나기 전이면 된다. 연구에 따라서 섭취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단,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했다면 그보다 빨리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Anabolic window’는 현재의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운동 후 30분 안에 프로틴 쉐이크를 섭취해도 나쁠 것은 없다. 이 시간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뿐이다.
  • 하루 중 단백질 섭취량과 시기를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 좋다. 점심 식사와 저녁 식사에 비해 아침 식사 시 단백질을 적게 섭취한다면 전체 단백질 섭취량을 조정하여 끼니별로 나누거나 아침에만 단백질 보충제 섭취를 더하는 것도 좋다.
  • 달리기 선수가 아닌 취미 조거로서의 나에게 단백질 보충제 섭취의 절박한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침 운동 후 단백질 보충제를 한 스쿱 섭취함으로써 하루 동안 지구력 운동 종목 선수가 필요한 만큼의 단백질 섭취량을 채울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과 비슷하게 내 경우에도 아침 식사 시 단백질 섭취량이 나머지 끼니 때보다 적으므로 아침에 프로틴 쉐이크를 섭취하는 게 하루에 걸쳐 단백질 섭취량을 고르게 분배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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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Protein powders: Are they bad for your health? / BBC

Assessing protein needs for performance / Mayo Clinic Health System

한국인 성인의 끼니별 단백질 섭취 분포 /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How Much Protein Do Runners Need? Demystifying Protein Recommendations For Runners / Relentless Forward Com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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