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 아침형 인간 (사이쇼 히로시)

아침형 인간
사이쇼 히로시 지음, 최현숙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아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야간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바뀐 현대인의 생활모습을 주로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자연과 육체의 섭리와 리듬대로 생활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좋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위해, 갖가지 과학적 혹은 의학적 논리와, 주로 저자의 치료활동에서 나타난 실례들을 보여준다.

2장,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에서는 1장에서 주장했던 야행성 생활의 폐해를 바탕으로 아침을 되찾는 것이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기에 중요한 기본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마찬가지로 저자 주변의 실례를 주로 들면서 '아침형 인간'은 건강뿐 아니라 성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논리를 써내려간다.

 


마지막 3장, "어떻게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인가"는 이 책의 요점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목적이 '아침형 인간'의 전도에 있다면 이 3장은 그것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으로 의지를 꼽고 있으며, 너무 급한 변화가 아닌 약 100일, 즉 14주에 걸친 차근차근한 변화로 그것에 이를 수 있음을 설명한다. 마지막 장은 총 14주의 계획서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 그 순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상황을 파악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개괄적인 조언서로 읽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은 어떠한 계획에 앞서 확고한 의지를 갖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되고자하는 명확하고 굳은 계기나 의지 없이는 결코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의지를 갖고 '아침형 인간'의 모습을 완성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미래를 밝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너도나도 아침형인간?]

이 책의 주장은 단순하다. '아침형 인간’이 되면 당신은 ‘성공’한다, 바로 이것이다. 그 성공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것은 건강은 물론, 사회활동 전반에 대한 성공이다. 이 책은 그동안 자신의 야행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껴온 사람이라면 끌릴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 변화의 과정은 혹독할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이미 확고한 계기가 생긴 셈이니까. 계기, 그것은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작점이다.

저자의 주장과 논리의 바탕에는 얼마간의 의학적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통계적인 실례가 많다. 의사이면서 '아침형 인간'운동의 권위자(?)로서 그동안 치료, 처방한 고객들의 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주장의 바탕에는 대부분 우리가 일찌감치 알고 있는 사실이 많다. 예를 들어 잠들기 위한 최적의 시간, 적절한 잠, 그리고 가벼운 아침운동, 아침식사의 필요성 등 인터넷만 뒤져봐도 몇 분 안에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을 조합하면서 저자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독자에게 동기부여의 단초를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때로 떠도는 정보들을 조합하지 못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데, 어마어마한 정보의 홍수 속에 놓인 우리의 처지가 그러한 능력을 약화시키지는 않는지 생각해본다.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은 아침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행위가 어떻게 좋은지 인터넷을 일일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 단지 의지를 갖고 책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그것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이 책의 반대의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볼 때, 마치 아침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삶은 실패한 삶이라 단정 짓는, 암묵적인 이분법이 느껴지는 것이 불편하긴 하다. 각종 처세술 혹은 성공학을 다룬 책들이 이러한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독자를 한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으나, 이 책의 거짓과 위선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또 다른 정력의 낭비라 생각한다. 이 책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버리면 그만이다. 현대인에게 정보는 취사선택이다. 즉,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나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을 현란한 수사학으로 독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개조(!)하고자 하는 괘씸한 책들은, 그것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필요한 것만 골라낼 때 더 개운한 맛(?)이 있다. 나의 경우도 이 책에서 도움 받은 부분도 있지만 내 견해와 간혹 상충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럴 땐 그 정보를 자신의 위치와 생각에 맞게 변형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주장이 그저 터무니없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저자도 말했다시피 사람은 각기 다르다. 늦은 밤 생활을 거듭하더라도 다음날 업무와 학업에 지장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생활패턴을 바꿀 필요는 없다. 혹은 아침마다 헐레벌떡하는 자신이 불편하지 않다면 그대로 좋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침형 인간』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피식 웃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생활에 아침이 불필요하니까. 『아침형 인간』이 절대불변의 진리가 될 수는 없다. 혹시 ‘저녁형 인간’으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진지하게 그 노하우를 전수해달라. 제목은 『인생을 세배로 사는 저녁형 인간』쯤이 좋겠다. '두배'가 아니라 '세배'인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진지하다. 이것과는 달리 어쩔 수 없는 야간근무자이면서 생활패턴이 매우 걱정스럽다 하는 사람들은 사이쇼 히로시로서도 다른 방도가 없다. 책에서는 조만간 그 사람들을 위한 저서를 내놓겠노라 짧게 언급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그분들에게는 이 책이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접하기 전부터 조금씩 아침시간을 더 확보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아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전제를 먼저 찾고, 그 다음에 이 책을 읽었기에 필요한 부분만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근데 이것이 나쁘지 않다. 일종의 위약(僞藥)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새로운 생활패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무거웠던 낮 시간의 두뇌도 전보다 맑아진 느낌이고, 아침운동으로 몸도 전보다 가벼워졌다. 나는 설령 철저한 ‘아침형 인간’은 아닐지 모르나, 아침이 필요했던 사람 중 하나였던 것일까? 몇 년 전 친구 중 한 녀석이 이 책을 읽고 ‘아침형 인간’으로 개조중(?)이라고 말했을 때, 그 무시무시한 단어가 주는 느낌을 뒤로하고 속으로는 비웃었던 나였건만,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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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5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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