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gadeth - Hidden Treasures (Limited Edition, 1995)

 

1998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서, 딜레이를 잔뜩 걸어놓고 짐짓 묘기를 보여주듯 기타솔로를 들려주던 마티 프리드먼의 모습이 여전히 떠올려질 정도다. 메가데스의 첫 내한공연은 사실상 내 생애 최초의 해외 아티스트 공연관람이었기 때문에, 공연 사운드의 질을 떠나(그리 좋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 황홀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공연은 앨범 『Cryptic Writings』(1997) 투어의 일환이었는데, 공연에 임박해서 구입한 그 앨범의 가사를 공연 전날 힘겹게 외우던 모습이 생각난다. 공연 당일에는 멤버들이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설렌 나머지 결국 한 부분도 따라하진 못했지만(기억력 탓이 아니라고 절대 주장).


메가데스의 98년 공연에 얽힌 기억은 하나가 더 남아있다. 조명이 꺼지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뒷자리에 있던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으로 몰려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중간부분의 티켓이 많이 비어있던 것으로 기억하며, 그래서 하위좌석 티켓을 예매했음에도 나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머스테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밌던 것은 그렇게 앞자리를 차지한 내 앞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두 사람. 일행임이 분명했던 이 두 남학생은 곡이 연주될 때마다 시끄러운 듯 입고 온 겉옷으로 머리를 감싸 쥐기 일쑤. 그러다 곡이 끝나고 텀이 있을 때마다 다시 벗어놓기를 반복. 헤비메탈 공연장에서 이들처럼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또 있을까, 하고 한참을 재밌게 관찰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내 머릿속의 메가데스는 언제나 머스테인과 프리드먼의 모습이 우선이었다. 그것은 『Rust In Peace』로부터 시작되는 마티 프리드먼 시절의 앨범들을 먼저 접했기에, 또 그 음악에 철저히 매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타에 관심이 있었던 당시 뛰어난 두 명의 기타리스트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티 시절의 정규앨범들을 다 모아놓고도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앨범 『Hidden Treasures』 때문이었다. 『Hidden Treasures』는 팀의 여섯 번째 정규앨범인 『Youthanasia』(1994)가 발표된 이후 등장한 일종의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몇 개의 데모곡과 각종 사운드트랙 참여 곡들, 그리고 두곡의 커버곡을 수록하고 있다. 이 앨범은 크게 세 버전이 발매되었는데, 데모 트랙들이 포함되지 않은 8곡짜리 앨범이 원래 버전이고, 데모곡들을 포함해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일본반 버전, 그리고 2007년에 리이슈된 버전이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것은 일본반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정규앨범도 아닌 이 앨범에 내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단지 두 곡의 수록곡 때문이었다. 그것은 영화 Last Action Hero에 포함된 “Angry Again"과 The Beavis and Butt-head Experience 컴필레이션 음반에 들어있는 ”99 Ways To Die"로, 특히 후자는 당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처음 들어본 이후 내 뇌리에 줄곧 박혀있던 노래였다. 머스테인 특유의 가사를 씹어 먹는(?) 듯 부르는 창법이 극대화된 재밌는 곡이다. 이 두 곡만으로도 나에겐 이 앨범이 가치 있는 것이지만, 『Hidden Treasures』에는 그 외에도 흥미 로운 곡들이 많다.

1번 트랙은 『Youthanasia』의 히트곡인 “A Tout Le Monde", 2번부터 4번 트랙은 데모버전의 노래들이다. 다섯 번째 트랙은 앨리스 쿠퍼의 원곡이자 웨스 크레이븐의 영화 Shocker에 수록된 ”No More Mr. Nice Guy", 여섯 번째 노래는 실패한 게임원작 영화의 대명사 Super Mario Bros의 사운드트랙인 “Breakpoint"다. 이 곡은 『Rust In Peace』에도 수록되어 있다. 7번 트랙인 ”Go To Hell"은 우리에겐 엑설런트 어드벤처 2로 알려진 Bill & Ted's Bogus Journey에 수록된 곡이며, 앞서 밝힌 내 애청곡 두 노래가 지나면 블랙 새버스 트리뷰트 앨범인 『Nativity In Black』에 수록된 “Paranoid"가 이어진다.

앨범의 열한 번째 곡은 TV시리즈로 시작해 극장판으로 이어진 호러물 “Tales from the Crypt Presents: Demon Knight”의 사운드트랙에 포함된 “Diadems". 이 OST는 판테라의 ”Cemetery Gates"도 포함하고 있고, 미니스트리와 머신헤드도 참여한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마지막 곡인 “Problems"는 섹스 피스톨즈의 원곡을 커버한 것으로 그들의 앨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에 수록되어 있는 노래가 원곡이다.

얼마 후면 멤버들을 리뉴얼한 메가데스의 내한공연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공연 기획사측에서는 가까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마티에게 공연 참가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곤 하는데 어떻게 성사될지는 모를 일이다. 예전 같으면 일찌감치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 날만 고대했을 테지만 이번엔 어찌된 일인지 내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조합(Mustaine, Friedman, Ellefson, Menza)이었던 과거의 멤버구성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들에 대한 내 열정이 식었는지 둘 중 하나가 정답이겠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은 후자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꺼내 듣는 “Angry Again"의 도입부는 여전히 멋지다.

 Megadeth
- Hidden Treasures
(Limited Edition, 1995)

 

01. A Tout Le Monde
02. Symphony Of Destruction (Demo)
03. Architecture Of Aggression (Demo)
04. New World Order (Demo)
05. No More Mr Nice Guy
06. Breakpoint
07. Go To Hell
08. Angry Again
09. 99 Ways To Die
10. Paranoid
11. Diadems
12. Probl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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