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an's Twelve / 오션스 트웰브 (2004)

시리즈물의 후속작들은 항상 전편과 비교당하는 핸디캡을 안고 출발한다. 더구나 그 전편이 꽤 훌륭할 경우엔 속편들은 작품자체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당한 대우마저도 감수해야 한다. 속편의 숙명과도 같은 이 냉정한 평가는 완벽한 팀웍으로 완전범죄를 꿈꾸는 오션 일당이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다. 유쾌한 도둑질이라는 기본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더 재밌게 만들기가 어려운 일이란 것쯤은 일개 관객이라 해도 짐작 하고 있다. 기껏해야 동어반복이라는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는 『오션스 트웰브』는 그래서 캐릭터들의 수다는 더 늘어나고, 코미디는 더 황당해지고, 범죄는 더 엉망이 되어가는 영화가 되었다. 오션 일당이 어떤 범행을 해도 신기해하지 않을 관객들을 위해 여러 잔가지들을 더 키운 격이랄까?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이 전화로 옌(샤오보 킨)이 숨은 가방의 행방을 묻는 장면 뒤에는 옌이 ‘단절되어있고’, ‘겁에 질려 있고’,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modern man)을 상징한다는 리빙스턴(에디 제미슨)의 재밌는 대사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 소재로 역에서 기다리는 몇 분을 더 때울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며. 내가 보기에 『오션스 트웰브』의 역할도 이런 것이다. 그럴듯한 배우들이 뱉어내는 재미있는 대사들에서 무언가 심오함을 찾는 이가 과연 있겠냐마는, 어쨌든 이 영화는 전편에 반하여 극장을 다시 찾은 이들에게 그럭저럭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장면들을 던져준다. 말하자면 영화 전체를 연결하는 탄탄한 줄기 대신, 각각 몇 분을 지탱해줄만한 흥미로운 장면들을 연결하는 것, 그게 내가 『오션스 트웰브』로부터 얻은 최종적인 인상이다.

 


테스(줄리아 로버츠)가 그 자신인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 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이건 『오션스 일레븐』에서 베네딕트를 속임과 동시에 관객을 속이고자 했던 영화적 영리함을 이 속편에선 아예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오션스 트웰브』는 유쾌한 범행 위로 재밌는 캐릭터들을 올려놨던 전편의 바탕에, 아예 끝을 보자는 식으로 코미디를 덧붙인다. 이 영화의 어떤 절정부분도 테스와 브루스 윌리스가 펼치는 능청스러움보다 더 인상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프랑소와(뱅상 카셀)가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만화 같은 아크로바틱스(카포에이라)와 이자벨(캐서린 제타 존스)이 극중 전설적인 도둑인 르마크(알버트 피니)의 딸로 밝혀지는 엔딩(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알아챘겠지만)조차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 채 끝을 맺는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2007/09/20 - Ocean's Eleven / 오션스 일레븐 (2001) 2007/09/30 - Ocean's Thirteen / 오션스 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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