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Star / 록 스타 (2001)

록밴드 ‘스틸 드래곤(Steel Dragon)’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들의 음악은 물론, 몸짓 하나까지도 똑같이 카피하려는 주인공 이지(마크 월버그)는 타인의 삶을 쫓는 청년이다. 자신이 보컬로 있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에게 ‘스틸 드래곤’의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피킹 하모닉스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초반부에서부터 이지의 정신세계가 어떤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스틸 드래곤’뿐이다. 그러다 진짜 원조밴드의 부르심을 받게 된 이지. 언뜻 행복한 결말 같지만, 이때부터 이지의 내면에 갈등이 싹튼다.


자, ‘워너비’ 감성의 주인공이 영화의 말미에 무엇을 얻게 될지는 분명하다. 결국 이지는 신기루 같은 자신의 생활을 청산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관객의 예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정직(?)하다. 스티븐 헤렉의 『록 스타』는 영화로서의 야망을 갖는다기보다, 열정의 시대를 이미 지난 세대에게 고하는 작은 향수(鄕愁) 같은 영화다. 영화는 80년대를 배경으로 자극만 남은 록스타의 실상을 조금씩 보여주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굉장히 경쾌해서 마치 어른의 이야기를 아동용 채널에서 보는 느낌이다. 록스타의 삶에 뒤따르는 마약, 여자(그루피), 섹스, 그리고 음악적 관점이 아니라 이해(利害)로 얽혀버린 멤버들간의 갈등 등을 좀 더 실감나게 바라보고 싶다면, 그것을 귀엽게 다룬 이 영화보다는 카메론 크로우의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가 더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후자도 그리 자극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이 영화처럼 동화 같지는 않다.

 


그러나 관객이 애초에 이 영화의 목표점이 보잘 것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볼 때, 『록 스타』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아, 하나의 중요한 전제가 필요한데, 그것은 관객이 무조건 록뮤직의 팬일 것. 그 중에서도 80년대 헤비메탈 사운드에 호감을 가진 이라면 이 영화의 단점들은 거의 무시해도 좋다. 『록 스타』의 등장인물들만 살펴봐도 그것이 영화의 재미를 상회하니까.


『록 스타』에 등장한 진짜 ‘록 스타’들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이지 역의 마크 월버그야 말할 것도 없는 뮤지션(Marky Mark and the Funky Bunch) 출신으로, 'Rock'의 범주를 보다 넓게 적용하는 그들의 시각으로는 그도 ‘록 스타’다. 주인공 이지가 처음 몸담고 있던 ‘블러드 폴루션(Blood Pollution)’의 멤버들도 나름 이쪽 계열에서 이름값을 날리는 뮤지션들. 드럼에는 ‘슬로터(Slaughter)’ 출신의 블라스 엘리어스(Blas Elias), 기타는 잭 와일드의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Black Label Society)’의 멤버인 닉 캐터니즈(Nick Catanese)다. ‘블러드 폴루션’의 베이시스트인 리키는 ‘버브 파이프(The Verve Pipe)’의 브라이언 밴더 아크(Brian Vander Ark)가 연기했으며, 이지와 동네 라이벌이자 후에 그를 몰아내고 ‘블러드 폴루션’의 보컬자리를 꿰차는 브래들리 역은 ‘써드 아이 블라인드(Third Eye Blind)’의 스테판 젠킨스(Stephan Jenkins)가 맡았다.

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스틸 드래곤’의 멤버들을 살펴볼 차례. 이 팀의 드럼은 전설적인 존 보냄의 아들이자 역시 드러머인 제이슨 보냄(Jason Bonham), 베이스는 ‘도켄(Dokken)’ 출신의 제프 필슨(Jeff Pilson), 기타는 헤비메탈 마초의 상징 잭 와일드(Zakk Wylde)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결말부에서 이지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가는 이는 ‘얼터 브리지(Alter Bridge)’의 보컬리스트인 마일즈 케네디(Myles Kennedy).

이렇게 영화 속의 실제 ‘록 스타’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가상의 밴드 ‘스틸 드래곤’이 80년대 분위기로 직접 연주한 곡들도 멋지다. 연주자가 ‘스틸 드래곤’으로 되어있는 곡들은 전부 영화 속의 멤버들(제프 필슨, 잭 와일드, 제이슨 보냄)이 그대로 참여한 노래들이며, 보컬 파트는 제프 스캇 소토(Jeff Scott Soto)가 대부분 녹음했고, 몇 곡에서 '스틸 하트(Steel Heart)'의 마이크 마티예비치(Mike Matijevic)가 참여했다. 단, 영화 속 마크 월버그가 들려주는 목소리는 마이크 마티예비치의 것이다. 이밖에도 본조비, 머틀리 크루 등, 『록 스타』에는 80년대를 추억할만한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록 스타』는 분명 영화로서의 매력이 부족해 보인다. 철지난 교훈과 식상한 전형성이 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서 록음악과 헤비메탈에 호감을 갖은 이들은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다. 만약 카메론 크로우의 『클럽 싱글즈/Singles』(1992)에서 영화자체보다 시애틀 밴드들의 등장에 더 열광했던 관객들, 혹은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2003)을 인생의 영화로 꼽을 만큼 록음악에 심취한 관객이라면 나와 같은 의견을 공유할 수 있을지도. 영화를 보려했다면 『록 스타』는 약간의 실망감을, 진짜 ‘록 스타’를 보려한다면 『록 스타』는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 이미지출처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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