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이미 고담시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훨씬 웃도는 거대한 명성을 순식간에 얻어냈다. 직업적인 평론가건 단순한 영화광이건 배트맨의 골수팬이건 간에 누구든 서로 앞다투어 이 작품을 칭송하는데 여념이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마도 이 작품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든지 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감독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조금 비관적으로 묻자면, 자칫 그의 필모그래프의 꼭지점이 여기에서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대답이 나온다. 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황홀한 영광 뒤에 따라올 무지막지한 기대감. 공교롭게도 나는 이미 수많은 소식들을 접하고 기대감에 들뜬 상태에서 를 감상한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더라’는 말은 적어도 이 검은 박쥐 날개를 펼치고 마천루를 횡단하는 ..
검은 도시 ‘고담’에서 검은 망토를 휘두르는 이 백만장자는 모든 범죄의 원흉을 잡아들일 기세로 움직인다. 도시를 구원하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때로 범죄자를 거둬들이는 행위 자체에 경도된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싸움의 끝이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의 마지막에서 고든 경감은 배트맨에게 쫓는 자들(배트맨)과 쫓기는 자들(범죄자)의 힘의 균형은 서로 경쟁하듯 커져만 갈 것이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읊는다. 그것은 악당이 있는 한 배트맨은 움직이고, 배트맨의 망토가 펄럭이는 사이 악당들은 다시금 그를 필요로 하는 범죄를 실행에 옮길 거라는 암시다. 이 두 존재는 서로 없애야 하는 대상에서 결국 공생하는 관계가 된다. 브루스 웨인이 헛된 이상을 꿈꾸는 망상가가 아니라면 도시를 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