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게리 그레이의 신작, 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의 감정은 볼 일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화장실을 떠나야만 하는 어느 불행한 사람의 그것과 매우 유사할 지도 모른다. 미국 법 체계의 불완전성을 떠보려는 시도가 살인자의 손에 가족을 잃은 한 가장의 사이코드라마로 확장되더니, 이내 슈퍼히어로에 가까운 테러리스트의 복수극으로 발전하다 끝내 허무한 엔딩에 종착한다. 이런 저런 갈래로 피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들이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한 채 관객을 어정쩡한 길 한복판에 서 있게 만든다. 영화가 기상천외한 테러의 전시장이 되려 했는지, 세상을 향해 복수의 X침을 날릴 수 밖에 없는 비정한 부성(父性)을 강조하려 했는지, 아니면 출세를 목표로 한 현실주의자들의 독무대가 된 미 법조계를 풍자하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