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목에서 피를 볼 것만 같은 두려움에 아침마다 면도날을 사용하기가 망설여진다. 벌써 수년째 해오던 일인데다 지금껏 그런 불상사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요즘은 자꾸 불길한 상상이 든다. 그것뿐인가.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왜 하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도착해서야 현관문을 잠갔는지 아닌지 헛갈리는 걸까. 열쇠를 든 모습은 기억나지만 문을 잠그는 순간만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조개 껍질 속 조갯살 빼먹듯 누군가가 내 기억의 그 부분만 쏙 빼먹은 느낌이다. 밤이면 불편한 증세가 하나 더 튀어나온다. 눈을 감으면 곧바로 꿈나라로 가야 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잠에 빠져들기 직전에 어떤 형상이 기괴한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주위가 고요하면 이런 증세는 더욱 심해지는데, 그래서 자기 전..
좁아터진 아파트 속 다섯 젊은이. 스물 한 살의 대학생 스기모토 요스케는 선배의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23세의 청춘, 오코우치 고토미는 어느새 TV속 스타가 되어버린 남자친구를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이 일과다. 그보다 한 살 많은 소우마 미라이는 청춘의 비밀을 술잔 속에서 발견하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을 집안에 끌어들인다. 그 미지의 소년은 알고 보니 밤마다 몸을 파는 나름 장사꾼. 영화사에 근무하는 스물 여덟의 남자 이하라 나오키는 애초에 애인과 시작한 이 동거생활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청춘이란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믿고 싶을 때마다 결국 제자리라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아닐까. 나중에야 그때를 추억하면서 얼마간의 골치 아픈 순간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