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요즘 보면 댓글이벤트라는 게 있다. 어떤 상품의 광고페이지나 리뷰글 하단에 불특정 다수가 간단한 글을 남기면 무작위로 추첨하여 해당 상품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추첨 상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투명성을 얼마나 보장할지는 업계관계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인지 아무 글이나 남겨도 되는 이 댓글란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 혹은 더 나아가 써보지도 않고 펼쳐지는 칭찬의 말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고백하건대 나 또한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으며 가슴 속에서 전혀 우러나오지 않는 호감의 문구들로 채웠기 때문인지 당첨도 된 적이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이트 어딘가에선 그럴듯한 미끼를 내밀고 미래의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에 대한 좋은 문구 하나쯤 써주길 유혹하는 페이지들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나로선 결국 얻은 게 있으니 굳이 기업들의 그런 마케팅 방법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 행사에 우호적인 글들을 남긴 많은 이들은 이미 해당 생산자의 홍보기법, 즉 설득기법에 한 발 넘어가고 만 셈이다. <설득의 심리학>의 제2장에서 말하는 ‘일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이러한 자기고백에 가까운 마케팅행사의 목적은 될수록 많은 이들이 이 제품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음을 기록으로 남기게 하는 것이며, 따라서 참여했던 잠재적인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직접 남긴 글에 따라 생각도 바뀌어가는 일관성 법칙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글이란 일종의 공식적인 약속이어서 만일 자신의 기록을 공개된 장소에 남기게 된다면,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성품 중 하나인 일관성의 영향을 받아 그 글에 따라 생각도 변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 효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으리란 걸 안다. 세상엔 언제나 예외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설득의 심리학>을 한번 읽어본 후라면 어떨까. 그래도 여전히 예외라는 테두리에 속한, ‘나는 결코 그렇게 쉽게 설득 당하지 않아’라고 굳게 믿는 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뭐, 이런 경우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설득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려는 외부인의 공격에 대비해 이미 튼튼한 방어막을 구축한 이들일 테니까.

이 책의 말투로 보건대 <설득의 심리학>의 목적은 수많은 설득비결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들이 그들의 손에 쉬이 돈(혹은 우리의 노고나 수고)을 건네주지 않기를 도모하는 것이다. 나도 스스로 믿기를 언제나 합리적인 소비만을 추구하며 누군가의 설득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견고한 심리를 갖고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론 산재한 수많은 설득기법들이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들어 인식하면서도 넘어가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득의 심리학>은 6가지 설득의 법칙을 여러 가지 참고실험이나 실례들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한편으론 이 책 자체가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텐데,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가 특정 기업상품의 판매원으로 직접 잠입(?)해 알아낸 그들의 노하우나 수많은 실험을 통해 도출한 법칙의 효과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다 보면 <설득의 심리학>에 설득 당하기란 시간문제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은 읽기 전에 따분하리라 예상했다. 제목이 <설득의 심리학>이라니. 게다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 표지의 카피문구는 비슷한 분류의 책들이 대개 그렇듯 너무 적극적이어서 도리어 얼마간의 반감도 일었다(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저 카피를 만든 이의 설득기법이 역효과를 낸 셈이었다). 한마디로 첫인상만으론 책에 설득 당하기 싫었달까.

근데 이 책 술술 읽힌다. 첫 페이지를 편지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손이 닿아 있다. 더군다나 재미있다. 이 책이 분류되어있는 자기계발,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수많은 책들, 즉 성공학이란 이름으로 허울좋은 잠언들만 늘어놓는 그들과는 많이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왜 이 책이 그쪽으로 분류되어 애꿎은 편견을 가지게 하는지 모르겠다. 서점에서 직접 훑어보고 구입하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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