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들을 본 관객들이라면 아마도 헛된 기대를 가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하 )은 1, 2편에 이어 여전히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엉성한 이야기를 그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1편부터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테이덤)의 이 세 번째 미션까지 쭉 함께 해 온 이들이라면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중요치 않다. 보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따로 있다. 의 여주인공 발렌티나(나탈리아 루다코바)는 극중 이런 대사를 날린다. 프랭크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스크린 바깥에서 시리즈를 보는 이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인에 가까운 생존력과 지킬 것은 꼭 지키고 마는 완벽한 보호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일단 보는 이의 마음은 놓인다. 남은 것은 이 무적의 주인공이 그 놀라운 능력을 어떤 식으로 보여..
* 스포일러 포함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마치 자신의 영화 속 인물들의 불길한 운명을 주조해내는 괴팍한 조물주처럼 보인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숨쉬기 힘들만큼 답답하고 기괴한 세계관 속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가해지는 무거운 압력을 견뎌내야 한다. 때로는 지켜보고 있는 관객으로서의 행위 자체가 호기심과 괴로움, 이 양 갈래의 감정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잊을 때가 있다. 혹은 스크린 밖의 자신이 다행히도 크로넨버그가 만든 이 숨막히는 세계에 편입되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거나. 영국을 근거지로 한 러시아 마피아의 이야기를 그린 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초현실적인 배경은 등장하지 않은 채 사실적인 공간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서술된다는 점이 그의 그로테스크했던 몇몇 ..
이런 표현이 허락된다면 최호의 은 와 의 중간 어디쯤에 서있는 존재 같다. 풋풋한 설익음과 화면을 꽉 채우는 농익음이 적당히 섞여있는. 에서 음악과 밴드가 다뤄지는 일면은 에서 느꼈던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생생한 치기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연상하게 하고, 한편 시대의 무거운 공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호흡하는 모습은 과 맞닿아있는 듯 보인다. 다만 이 당시를 바라보는 눈은 의 과중한 시선에 비하면 아이러니와 유머로 포장되어 있어 오히려 그 무게를 쉬이 가늠하기 어렵게 할 뿐이다. 로큰롤과 솔이 영화를 지배한다. 연기를 연습한 실제 뮤지션들과 악기를 연습한 직업배우들이 서로 맞추는 연주호흡은 기대이상이다. 영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클럽이 된 느낌이다. 물론 공연을 연출하는 장면에서 다소 인위적인 부분들도 ..
단순히 러닝타임을 통해 소비되는 것만이 아니라 감상 후에도 여러 가지 영감을 전해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하나의 상품처럼 비유하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어쨌든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마치 하나의 건전한 품질보증서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사전기대와 사후만족도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와 로부터 시작된 감독에 대한 신뢰가 크나큰 기대감으로 바뀐 이후에도 결코 실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나 같은 작품들을 애써 폄훼하려 해도 떠오르는 어휘가 없는 것이다. 다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후로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놀라운 상상력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미야자키의 세계는 여전히 흥미롭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 하지만 분명한 것은 ..
영화는 종종 기분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좋은 추억은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그것이 비록 미화되거나 과장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중절모와 채찍으로 각인되어 있는 존스 박사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슈퍼맨, 루크 스카이워커와 함께 언제나 내 마음 속 영웅자리를 꿰차고 있었던 그다. 얼뜬 표정과 실없는 농을 흘리면서도 결국 위기를 극복해내고야 하는 그 능력은 결코 보통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존 윌리엄스의 엉덩이를 근질거리게 만드는 메인테마와 함께 이 노련한 고고학자가 등장하면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정신 없는 모험 속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그것도 자신을 탄생시킨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굳이 새로이..
화면의 때깔이 좀더 진중해졌고 폭발하는 화염이 더욱 화려해졌을 뿐 바뀐 건 없다. 프랭크(제이슨 스테이덤)의 멋진 차량이 BMW에서 아우디로 바뀐 것도 하나의 변화라면 변화. 의 프랭크는 (이하 )에서도 여전히 재빠른 그 발차기를 선사한다. 악당들은 이번에도 요령 없이 무식할 뿐, 자신들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폭력 중독자들로 짜인 이 오합지졸 악인들의 얼굴에 프랭크의 정의의 주먹이 꽂히는 것도 시간문제. 보는 이는 편안히 앉아 또 한번의 환상적인 액션의 질주를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도 논리, 인과, 설득 등을 관장하는 뇌의 일부분은 잠시 휴가를 보내준다면 더없이 좋을 따름. 감독은 전편의 미술 감독(이라곤 하지만 인터뷰를 보니 감독 코리 유엔과 스탭들 사이의 의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