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G K-315 이어폰

AKG K-315 Earphone

NWZ-A846를 구입한 김에 새 기분(?)으로 함께 써보려고 장만한 이어폰.

오랫동안 이어폰을 귀에 끼운 채 다니다 언제부턴가 심상찮은 통증을 느끼고부터는 사용빈도를 줄여나가리라 다짐했건만, 인터넷 서핑 중 (가격대비) 좋다는 이어폰을 발견하게 되면 한번 써보고 싶은 욕망만은 억누를 길이 없다.



이번에 선택한 AKG는 개인적으로 다소 생소한 오스트리아 브랜드다. 물론 음향기기로 유명하다는 AKG인지라 고급형 제품들이 있긴 한데 배(mp3p)보다 배꼽(이어폰)이 더 크게 되는 상황은 금물!... 이라는 핑계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군 중심으로 이어폰을 찾아봤다.

카랑카랑한 것보다는 묵직한 소리를 선호(한다고 믿어왔던)하는 관계로 중저음역대가 비교적 잘 강조된다는 이어폰을 고르다 발견한 것이 AKG K-315다.


K-315의 패키지는 꽤 인상적이다. 물론 아무리 멋진 포장이라도 제품을 꺼낸 후라면 분리수거장으로 직행할 운명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알맹이를 꺼내기 전 첫인상도 중요한 법. K-315의 포장 케이스는 자석으로 여닫을 수 있어 깔끔한 느낌을 준다.


품질보증서와 파우치가 구성품의 전부다. 그리 특별한 점은 없는 파우치로 K-315의 코드가 엉키지 않게 넣어 다니기엔 알맞다.


K-315에는 큼지막한 볼륨조절부가 있다. 볼륨조절기능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한데, 예를 들어 거리를 걷다 어느 아리따운 여성이 길을 물을 때, 귀에서 뺀 이어폰 코드를 어깨에 어정쩡하게 걸치거나 어색하게 쥐고 있을 필요 없이 자연스런 포즈로 길을 안내해 줄 수도 있다. 단 한번의 손가락 조작만으로 말이다. 슬라이드 부분으로부터 고급스런 느낌을 받을 순 없지만 이런 기능을 생각한다면 이쯤은 참을 수 있다.


반면 유닛 본체는 꽤 고급스럽다. 바깥쪽이 무광 PVC재질로 덮여있고 그 위에 AKG의 로고가 깔끔하게 박혀있다. 안쪽으로는 K-315라는 아이템명과 오른쪽 왼쪽 표시가 되어 있는데, 각 코드의 길이로는 방향 구분이 되지 않는 Y자 형이라 밖에서 어느 쪽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다.


소리는 유비코의 UBQ-ES303와 비슷하다. 저음역대가 강조되어 있어 베이스가 더욱 가깝게 들린다. 순간 이렇게까지 묵직한 소리를 원했던 것은 아닌데… 하는 약간의 후회도 생겨난다. (UBQ-ES103을 쓰는 동안 UBQ-ES303은 서랍 속에서 잠들어 있어야만 했다.) K-315를 사용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 건데, 내 취향을 다시 정립해보자면 과도하게 저음역을 강조한 소리보다는 귀를 콕콕 찌르는 수준의 고음역대 강조가 없는 것만으로 내 귀엔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개인적으로 느낀 K-315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오래 듣고 있으면 귀가 아파온다는 사실. 내 귓구멍이 작은 탓(사실 작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제서야 알았다)도 있지만 유닛의 크기가 비교적 큰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그리하여 아쉽게도 K-315는 아주 잠깐 동안의 시운전을 당해보고는 다시 서랍 속으로 돌아간 비운의 녀석이 되었다.


K-315에 다소 실망한 후 집에 굴러다니는 저가형 이어폰, 헤드폰들을 모두 불러내 하나씩 A846에 물려보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론 ATH-EQ300M이 가장 적당했다. 오픈형이든 커널형이든 이어폰은 귀에 통증을 느끼기 쉽게 되어 버린 점이 그 선택의 이유로 한몫하고 있지만 어쨌든 현재로선 ATH-EQ300M이 NWZ-A846과 가장 친하게 지낼만한 녀석이다. (반면 ATH-EQ300M과 iAudio 7은 잘 안 어울리는 한 쌍이다. 참고로 NWZ-A846, iAudio 7 모두 노멀(플랫) 음장에 베이스만 2~3단계 높인 상태.)

K-315는 저음역대에 취향을 가진 리스너라면 도전해 볼만한 제품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만족스런 소리를 들려줄 지도 모른다. 반대로 둥둥거리는 베이스 사운드를 노래 두 곡 길이 이상으로 들을 때 두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구매시 고려를 하는 게 좋다.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쓸데없는 지출을 막는 지름길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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