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 직구를 지난 8월 초 처음 경험했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8월 30일에는 앨범 한 장, 블루레이 한 장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 게임 카트리지 보관 케이스 하나를 주문했다. 익스트림(Extreme) 2023년 새 앨범 ‘SIX’ 익스트림(Extreme)이 정규앨범으로는 2008년 5집 ‘Saudades de Rock’ 이후 처음 발표한 신보이다. 밴드의 데뷔 앨범이 1989년에 나왔으니 34년 만에 6집을 발매한 셈이다. 과작이다. 이번 앨범은 올해 3월 첫 발표곡 ‘Rise’의 기타 솔로로 먼저 유명해졌다. 유튜브에서, 그리고 그 반응을 받아 쓴 미국 매체에서 이 곡이 앞다투어 다뤄졌다. (정확히 말하면 매체들은 곡 자체보다는, 이 곡, 특히 기타 솔로에 ..
왜 미국 아마존에서 음반과 블루레이를 구입하는가? 아이튠즈, 멜론 등에서도 음원을 구입해 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CD로 음반을 구매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디지털 세상 어딘가에 떠다니는 것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물건을 손에 쥐고 소유하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일 수도 있겠다. 어차피 음악만 리핑해서 아이폰에 넣고 들을 것인데 무슨 차이가 있겠냐마는 그냥 내가 구식이라 그렇다고 해두자. 블루레이의 경우에도 케이스에 넣어진 구체적인 제품을 갖고 싶은 욕망이 구입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OTT 서비스에서 볼 수 없는 영화가 꽤 많다. 볼 수 있더라도 버전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블루레이로 구입한 리들리..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바깥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들어서니, 파리에 도착했다는 느낌 때문인지 대도시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내가 맡은 것이라곤, 그저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냄새, 공항 내 상점에서 풍기는 방향제의 향기 따위였을 테지만, 그런 냄새들이 섞인 채 내 후각을 자극할 때면, 내 두뇌 어딘가에서 그것은 도시의 냄새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곤 한다. 나는 대도시에 대한 호감이 있다. 소설가 김중혁이 그의 어느 소설집 뒤에 남긴 작가의 말에 동의하듯, 나는 '속된 도시'가 좋고 앞으로도 그곳에서 살아가고 싶다. 방향을 바꿔가며 끝없이 연결된 도로와 우러름을 강요하는 마천루에 매혹을,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 손을 탄 장식처럼 펼쳐진 도심 공원과..
전날 겔레르트 언덕에서 곧장 호텔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부다 지구 아래쪽까지는 버스를 타고 내려왔고, 거기서부터 다리 건너 페스트 지구까지는 걸어왔는데, 야경을 이대로 두고 바로 잠을 청하기는 아쉬워 강 건너 부다 왕궁이 뿜는 빛을 한 시간 남짓 감상했다. 내 보잘것없는 사진 실력으로 이 불빛을 담아내긴 역부족이었지만, 눈으로라도 더 봐둬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도나우 강변엔 추운 밤 바람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를 데리고 나온 시민들. 왁자지껄하게 젊음을 뽐내는 청년들. 나처럼 여행자의 것처럼 보이는 두툼한 백팩을 등뒤에 맨 채 왕궁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왕궁 사진을 몇 장 찍어보다 초점도 맞지 않고 손도 차가워져 그만두고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부다 왕궁의 빛. 그것은 ..
어부의 성채를 벗어나 부다 왕궁(Buda Castle, Budavári Palota) 쪽으로 걸어 나왔다. 머리 속에서 왕궁까지 걸었던 경로가 희미하다. 왕궁 주변에 위치한 날개를 편 투룰(Turul) 상과 말을 탄 외젠 왕자(Prince of Savoy-Carignan, François Eugène)의 청동상을 본 기억이 또렷한데 거기까지 가는 순간에 대한 기억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왜 잊은 걸까. 인도 바닥의 조각난 보도블록이 눈에 잠깐 스친 것도 같고, 살갗에 닿는 차가운 바람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환한 볕도 생생한데, 어떤 경로로 외젠 왕자 앞에 서게 되었는지는 떠올려지지 않는다. 시간을 거슬러 그 망각의 이유를 찾다 보니, 한 생각이 떠올랐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날 잠자기 전 구상한 다음날의 ..
요즘 내가 책을 구입하는 경로는 아래 네 가지로 나뉠 수 있다. 1) 회사의 도서지원금으로 책을 구입할 때다. 이땐 예스24를 이용한다. 2) 개인적으로 종이책을 구입할 때다. 알라딘을 통해 도서를 구입한다. 3) 전자책을 구입할 때다. 초기엔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다, 최근엔 리디북스를 애용한다. 4)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산다. 이중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서점에 가면,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풍기는 아늑함과, 지식이 집약된 장소가 주는 풍성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 느낌이 좋다. 하지만 이미 사기로 결정한 책이 있는 경우엔, 단지 그 도서를 구입할 목적으로 서점에 가는 일은 없다. 온라인 서점에서 저자와 책 제목만 입력하여 클릭 몇 번으로 책을 구입해 배송 받는 게 무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