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요즘 사무실에서 문서 작업을 주로 하는 직장인이 쓸만한 노트북은 어떤 게 있을까,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볼 시기가 되었다. 회사에서 일을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조차 업무를 흘리고 다니는, 칠칠치 못한 직장인(바로 내 얘기다.)이라면 적당히 큰 디스플레이에 가벼운 노트북이 쓰기에 알맞을 게다. 회사에서 게임을 즐길 일도 없으니 외장 그래픽 카드도 필요 없을 터이다. 다만 요즘 많이 쓰이는 SSD 정도는 장착되어 있어야 빠른 시일 내에 노트북을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요즘 2년여 사용한 소니 노트북이 많이 느려진 것을 HDD 탓으로 돌리고 있는 중이다. 노트북을 바꿀 핑계거리가 생겼다. 애플의 맥북에어 이후로 봇물 터지듯 출시되는 울트라북 노트북 모델들은 모두 가벼운 무게..
신발은 밤새 잘 말랐다. 동유럽의 겨울은 바깥이 충분히 추워서인지 어느 실내든 들어서면 따뜻한 기운이 충만했다. 밤새 뜨끈하게 틀어놓은 히터가 신발은 물론이고 옷가지에 스민 습기를 모두 먹어 치웠다. 둘째 날에도 비가 온다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질척해지는 신발을 신고 거리를 걸어야 할 터였다. 일어나니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다. 방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외쳤다. 잠들기 전 내일의 날씨가 맑기를 잠깐 기도했던 것도 같다.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은 오묘한 느낌을 준다. 처음 보는 창 밖의 풍경이 비현실적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바라보던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부다페스트에서 맞는 둘째 날 아침의 창 밖 풍경은 빗방울이나 안개가 시야를 방해하지 ..
2011년 말, 유럽에 가게 된 것은 장기출장 덕분이었다. 밤이 되면 세상이 사라지듯 컴컴해 지는 겨울의 동유럽에 머무는 동안, 긴 크리스마스 연휴엔 주변국 몇 도시를 돌아봐야겠다 마음 먹었다.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어 그리 멀지 않고 큰 비용도 들지 않을 곳을 검색했다. 여행이란 세세한 목적도 거창한 목표도 없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적합한 곳이었으면 했다. 우선 부다페스트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 이어 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여행지는 절반은 즉흥적으로 정해졌다. 두 도시의 호텔을 검색하여 예약하고 기차표와 비행기표를 구입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해 놓으면 별다른 걱정은 없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기차..
IOS와 앱스토어를 경험해보니 애플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대해 점점 호감이 생긴다. 이른바 '애플빠'의 탄생이다. 때때로 스티브 잡스의 예전 키노트 영상들을 찾아보거나 애플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물론, 애플의 새 제품이 발표되면 바로 구입하진 않아도 관련 자료들을 찾곤 한다. 뒤늦게 찾은 2008년 1월에 진행된 애플 키노트 영상을 가끔 본다. 잡스가 마치 가벼운 서류뭉치를 빼내듯 서류봉투에서 맥북에어를 꺼내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보내는 바로 그 순간이 담겨 있는 영상이다. 나는 그 영상에서 마치 오랫동안 아끼던 보물을 조심스레 꺼내듯, 자부심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잡스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은 사용자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을 선호하기..
내가 기대했던 아이패드2 의 활용방안을 잠시 정리해 보자. - 무선 키보드도 구입한 만큼 휴대성 높은 글쓰기 디바이스로 활용해 볼 수 있겠고, - Podcast와 각종 앱을 통해 외국어학습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 앱스토어를 통해 영어 원서와 오디오북을 구입해 아이패드2를 전자책리더로 쓸 수 있고, - Garageband, forScore 등의 앱으로 한동안 손 놨던 기타를 다시 가지고 놀 예정이며, - 또 하나, 간혹 서점이나 신문가판대에서 구입해 읽었던 씨네21을 아이패드2 내에서 직접 구입해 읽을 수 있겠다. 이 정도. 글쓰기 디바이스로서의 아이패드 블로그 뿐 아니라 잠깐의 생각을 남기는 일기 정도의 글쓰기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글쓰기용 도구로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아이패드와 무선..
애플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기기 외에도 엄청난 소비를 부추기는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애플의 상술에 놀랄 때가 있다. 앱스토어에서 본인의 필요에 딱 부합하는 적절한 앱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입 후 활용성이 떨어져 사용하지 않게 되는 앱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합리적 소비와는 동떨어져 애플의 계략(?)에 놀아나는구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아이패드2 구입을 부추기는 건 역시 앱스토어의 마력이다. 일단 방대한 앱스토어에 매료되었다면 iOS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의 태블릿에 눈길을 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앱스토어와 결합된 아이패드는 경쟁사 태블릿 제품들의 하드웨어를 수식하는 수치상의 이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물론 광활한 앱스토어를 항해하다 보면 그럴듯하게 치장은 했으나 써보면 쓸모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