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에 실린 쫄깃한 메틀리프. 펑키한 리듬감은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라는 이름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전세계 기타키즈의 마음 속 우상이 되었고 그가 만든 음악들은 수없이 카피되고 숭배되었다. 그렇게 많은 추종자들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출현 이후로 그만큼 독보적인 연주 스타일의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시발주자가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다시 말하면 그의 스타일이 쉽게 유전될 만큼 시시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Dramagods의 [Love]는 솔로 프로젝트에 주력하던 그가 올해 Extreme 재결성 이전에 내놓은 마지막 앨범이다. 드라마갓즈는 Mourning Widows 이후 ..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어두침침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그땐 점심시간마다 방송반이 틀어주던 음악이 있었다. 선곡의 폭은 의외로 넓었다. 가요가 대부분이었지만 팝도 있었고 간혹 클래식도 들렸던 것 같다. 90년대였던 만큼 너바나나 펄잼 같은 그런지 밴드의 음악도 스피커를 통해 간간이 흘러나왔다. 단 유독 메틀은 듣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방송반에 소속되어있던 한 친구에게 이 노래를 조심스럽게 신청했다. 바로 AC/DC의 ‘Back In Black’. 인트로를 듣던 친구는 어디서 많이 듣던 기타리프에 미소지었다(조작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아마도 서태지의 영향이었으리라. 그러나 브라이언 존슨의 쇳소리가 들려오자 금새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왜곡된 내 기억으론 그렇다). 결국 점심시간에 영 형제의 불세출..
존 메이어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일단은 그 꽤나 복잡한 (혹은 연주하기 까다로운) 기타리프에, 그 다음엔 어떻게 이리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할 만큼 멋진 코드진행과 멜로디라인에 귀가 열린다. 여기에 더해 그의 메이저 데뷔앨범 [Room For Squares]에서 10대 소녀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Your Body Is A Wonderland’처럼 간지럽지만 여성팬을 사로잡는 작사방법도 한편으론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몇몇 트랙이 겹치는 그의 데뷔앨범 [Inside Wants Out]과 메이저 데뷔앨범만 들어봐도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차트에서의 좋은 성적과 그래미 수상 등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이 아티스트는 두 번째 앨범 [Heavier Things]로 그 여세를 ..
Mr. Big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라이브의 필수트랙이 될 것이 분명한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와 ‘To Be With You’만으로도 앨범 [Lean Into It]의 의의는 모두 증명된 셈이다. 이 극단적인 두 트랙은 Mr. Big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전자가 비르투오소 집단으로서의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후자는 이들의 연주력과는 별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의 작곡능력(특히나 슬로템포의 노래들에 있어서)을 여실히 확인시키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밝힐 때, Eric Martin의 블루지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 Billy Sheehan과 Paul Gilbert의 장난감 다루는 듯 하는 현 연주, Pat Torpey..
북구의 밴드들이 내뿜는 헤비니스의 바람은 은근한 중독성을 품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 배출한 두 밴드, In Flames와 Soilwork를 빼놓고 그 바람의 성질을 얘기하기 힘들다. 솔직히 In Flames에 비해 약간 낮은 이름값의 Soilwork지만, 서로의 뮤직비디오에 교차출연 할 만큼 절친한 이 두 팀의 음악적 매력을 이야기하기에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Soilwork야말로, 2000년을 지나 지금 다시 불고 있는 헤비니스의 열풍에 딱 어울리는 그런 밴드다. 이른바 멜로딕 데스메틀이나 메틀코어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사실 그 경계도 잘 모르겠다),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 그런 장르를 설명할만한 음악적 특징들은 분명하다. 과..
오지 오스본은 어쩌면 대운(大運)을 상징하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이 뮤직 비즈니스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로 단순한 운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그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적잖은 악재 속에서도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을 만나고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바라보자면, 이건 하늘이 준 행운이 그를 뒤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가능할 정도다. 헤비메틀의 기념비적 기타리스트인 토니 아이오미를 만나 예의 그 ‘저주스런’ 목소리로 어둠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팀에서 나와 약물과 음주로 방황하다가도, 좌청룡 우백호에 비유할 수 있는 특급 연주자들을 언제나 옆에 두었던 인물. 이제는 귀여운(?) 할아버지의 얼굴이 되어버린 이 어둠의 황제는, 그렇게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