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은 종종 동적인 것에서 정적인 상태로의 변화와 동일시되곤 한다. 물론 ‘성장’이나 ‘노화’의 결과가 반드시 시끄러운 것을 버리고 고요함을 택하리라는 법은 없다. 나이 들어갈수록 헤비니스의 데시벨을 올리는 주다스 프리스트 옹들이나, 조금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전성기 시절의 강력함을 되찾은 메탈리카 같은 밴드들을 보라. 그들의 음악에 담긴 에너지는 마치 멀어져 가는 젊음을 쉽게 놓아줄 수 없다는 투다. 그러나 김사랑의 세 번째 앨범을 수식하기 위해 한 단어를 찾는다면 ‘성장’이라는 말이 금세 떠오른다. 신선하면서도 당돌했던 전작들의 성격으로부터 궤도를 이탈해, 주변에 대한 나지막한 탐색처럼 들리는 김사랑의 3집 [U-Turn]. 이 앨범을 설명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있을까. 그가 군 생활이라는 ..
공개 오디션이나 특정 콘테스트를 통해 등장한 뮤지션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소위 예술이라는, 무엇보다 창의성이나 자유로움을 그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영역에서 객관적이거나 기술적인 잣대를 두고 참가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행위가 어색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독창성을 담보로 하는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마치 대중에 먹힐 것만 같은 그럴듯한 상품을 골라내는 행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경로야 어떻든 그것은 해당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기회의 한가지 방편이었을 뿐, 나 같은 일개 청자가 애써 꼿꼿한 태도로 볼 필요는 없는 거라고 설득 하는 듯한 뮤지션을 만날 때가 있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그 무언의 설득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정작 귀를 매혹시키는 것은 아티스트가 만들고..
어느 순간부터 과도한 디스토션 기타사운드가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차라리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들었음을 인정하는 편이 낫겠다. CD를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앨범을 줄곧 들으며 다니는 것도 어린 시절에 비해서 확실히 드문 일이 되었으니까. 메틀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다름이 아니라 그것이 내 주된 감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앨범이 나오는 족족 레코드가게로 찾아가 마주했던 드림 씨어터, 메탈리카, 메가데스 같은 이름이 내 입에서 오르내린 지도 오랜 일 같다. 뭐, 취향은 언제나 돌고 도는 것이니까 언젠가 또 그때의 한 시점으로 회귀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음악에 한해서라면 좀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한 장의 앨범을 만났다. 90년대 중반 ..
잘난 녀석들은 잘난 척을 좀 해줘야 한다. 아직 새파랗게 젊은 내가 그래도 일년 이년 나이를 먹어가면서 한가지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어렸을 때는 남의 재능에 배 아파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동시대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질투. 사실은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 병행되었기에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신이 주신 능력으로 별 힘 안들이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이른바 ‘잘난 녀석들’인 줄 알았다. 근데 언제부턴가 내가 삶을 그럭저럭 잘 보내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무미건조함을 느끼거나, 때론 힘이 들 때, 혹은 인생의..
[Lean Into It]의 성공 이후, 미스터 빅(Mr. Big) 또한 80년대 태생의 여느 메틀밴드들처럼 자국차트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충성스런 또 다른 팬덤이 존재했다. 바로 일본. 한번 좋아한 아티스트라면 이후에도 좀체 그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일본팬들은 이후 미스터 빅의 활동에 큰 원동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사실 미스터 빅의 일본에서의 인기는 데뷔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이 미국 내에서 그다지 크게 히트하지 못했을 때에도 일본 팬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이후의 스토리야 모두가 다 알 듯 ‘To Be With You’의 히트로 자국 내에서도 잘나가는 밴드가 되었지만 앨범이 거듭될수록 빌보드 차트보다는 오리콘 차트에서의 성적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이 블로그의 ‘GUITAR’ 카테고리를 둘러본 방문객이라면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꽤 오래 전에 잠깐 기타레슨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Richie Kotzen*을 굉장히 좋아했다. 화제가 나온 김에 나는 마침 예전에 사뒀던 Poison의 [Native Tongue] 얘기를 꺼냈다. 테잎으로 소유하고 있던 앨범이었다. 잠깐 이 테잎을 구입했던 기억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에는 지금처럼 음반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에 CD와 테잎 구입도 완전히 랜덤 방식이었다. 특히 메탈리카나 본 조비 같은 이미 많은 이들에 의해 검증된 초대형 밴드들의 음악이 아니라면, 구입한 음반을 계속 듣게 되느냐 마느냐를 순전히 순간의 선택에만 의존한 셈이었다. [Native Tongue]으로 말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