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ig - Actual Size (2001)

[Lean Into It]의 성공 이후, 미스터 빅(Mr. Big) 또한 80년대 태생의 여느 메틀밴드들처럼 자국차트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충성스런 또 다른 팬덤이 존재했다. 바로 일본. 한번 좋아한 아티스트라면 이후에도 좀체 그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일본팬들은 이후 미스터 빅의 활동에 큰 원동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사실 미스터 빅의 일본에서의 인기는 데뷔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이 미국 내에서 그다지 크게 히트하지 못했을 때에도 일본 팬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이후의 스토리야 모두가 다 알 듯 ‘To Be With You’의 히트로 자국 내에서도 잘나가는 밴드가 되었지만 앨범이 거듭될수록 빌보드 차트보다는 오리콘 차트에서의 성적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Hey Man] 발표 이후 폴 길버트(Paul Gilbert)가 탈퇴하면서 미스터 빅의 선택은 포이즌(Poison)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리치 코젠(Richie Kotzen)이었다. 기계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폴 길버트에 비해 리치 코젠은 흔히 말하듯 ‘필’이 충만한 연주자다. 그는 빈틈없는 피킹을 선호하기 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프레이즈를 연주한다. 그가 가세함으로써 미스터 빅의 음악색깔에도 변화가 오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리치 코젠 가입 후 첫 앨범인 [Get Over It]은 그런 변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물이다. 폴 길버트와 빌리 시언(Billy Sheehan)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던 음들은 좀더 블루지하고 듣기 편안한 작법으로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공연장에서 드릴을 꺼내 관객들이 재미있게 지켜볼 만한 쇼를 구사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비르투오소들의 시대는 끝이 났고 미국에서의 인지도도 낮아졌으며 음반을 구입하는 일본팬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Get Over It]은 일본 내에서도 [Bump Ahead]나 [Hey Man]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리치 코젠 특유의 끈적끈적한 리프와 밴드 스스로 유지하고 있던 훌륭한 멜로디 감각이 잘 살아있는 멋진 음반이었다.


Mr. Big
Actual Size

01. Lost In America
02. Wake Up
03. Shine
04. Arrow
05. Mary Goes Round
06. Suffocation
07. One World Away
08. I Don't Want To Be Happy
09. Crawl Over Me
10. Cheap Little Thrill
11. How Did I Give Myself Away
12. Nothing Like It In The World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Actual Size]는 바로 전작과 비교해 볼 때도 그 느낌이 살짝 다르다. 타이틀을 상징하듯 아이가 미니어처 건물을 들어올리고 있는 밝은 톤의 커버 디자인만큼이나 음반의 내용물도 낙천적이고 청량감 가득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Bump Ahead]의 ‘Colorado Bulldog’ 이후로 끊긴 1번 트랙의 전통(멤버들의 연주테크닉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빠른 템포의 곡들을 배치했던)이 아쉽긴 하지만 [Actual Size]의 첫 번째 트랙 ‘Lost In America’에선 후반기 미스터 빅이 주력한 듯한 편안한 멜로디가 듣기 좋다.

리치 코젠의 솔로연주가 오프닝을 장식하는 ‘Wake Up’은 시원한 곡의 전개가 돋보이는 노래다. [Actual Size]의 전체적인 색깔은 오소독스한 하드록이라기보다는 좀더 모던한 분위기다. 위에도 언급했듯 그런 결과는 이들의 전작들에 비해 청량한 느낌을 자아낸다. ‘Wake Up’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Shine’ 또한 마찬가지의 청감을 이끌어내는데, 오리콘 싱글차트 1위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일본팬들의 취향에 보다 가까워진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 의도와 결과가 어쨌든 유려한 멜로디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는 그들의 능력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봐야겠다. 이외에도 ‘Mary Goes `Round’, ‘One World Away’, ‘Crawl Over Me’ 등이 마찬가지의 감상을 유도한다.

Mr. Big (Eric Martin, Pat Torpey and Richie Kotzen) ‘Shine’ Acoustic Live


발라드 모음집이었던 [Deep Cuts]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Arrow’나 ‘I Don’t Want To Be Happy’, ‘Nothing Like It In The World’ 같은 느린 템포의 곡들은 조금은 지지부진한 느낌도 들지만 이들의 이전 비슷한 곡들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여전히 빠져들만한 노래들이다.

미들 템포의 시원한 곡들과 슬로 템포의 발라드가 앨범 전체의 색깔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앨범에서 리치 코젠의 연주력과 보컬 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Soffocation’ 같은 노래를 빼놓아선 곤란하다. 그루브 넘치는 기타리프와 탄탄한 리듬섹션이 조화롭게 춤을 추는 가운데 에릭 마틴(Eric Martin)과 리치 코젠이 주고 받는 보컬은 폴 길버트 시절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런 것은 어쩌면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연주자이기에 맛볼 수 있는 특혜가 아닌가 싶다.

Mr. Big ‘Soffocation’ Live


미스터 빅은 연주자들의 실력과 명성에 비해 다소 작아 보이는 성공의 기록들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들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아티스트들이다. 개인적으론 사전감상 없이 이 앨범을 처음 접하고 그 생경함에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들의 디스코그래피중 가장 좋아하고 자주 듣는 앨범이 되었다. 물론 각 앨범에 대한 선호도야 강산이 변하듯 수시로 변하는 것이라 미래에까지 확신할 순 없다는 것이 사실이긴 해도 여전히 매력적으로 들리는 ‘Shine’을 아직까진 그들 최고의 트랙중 하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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