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서, 딜레이를 잔뜩 걸어놓고 짐짓 묘기를 보여주듯 기타솔로를 들려주던 마티 프리드먼의 모습이 여전히 떠올려질 정도다. 메가데스의 첫 내한공연은 사실상 내 생애 최초의 해외 아티스트 공연관람이었기 때문에, 공연 사운드의 질을 떠나(그리 좋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 황홀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공연은 앨범 『Cryptic Writings』(1997) 투어의 일환이었는데, 공연에 임박해서 구입한 그 앨범의 가사를 공연 전날 힘겹게 외우던 모습이 생각난다. 공연 당일에는 멤버들이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설렌 나머지 결국 한 부분도 따라하진 못했지만(기억력 탓이 아니라고 절대 주장). 메가데스의 98년 공연에 얽힌 기억은 하나가 더 남아있다. 조명이 꺼지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
지난달(8월)에는 오랜만에 핫뮤직을 사봤다. 취향이 취향인지라 헤비메탈에 할애된 지면이 잡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자니, 점점 손길이 가지 않게 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어쨌든 달리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던 시절 거의 매달 구입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기사가 나올 때만 간혹 사보고 있다. 8월호는 펜타포트 페스티벌 현장 스케치와 그에 관련된 밴드들의 기사가 주된 내용이었다.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묵념 1분. 그중 가장 관심 있게 본 기사는 테스타먼트와의 인터뷰! 전 멤버가 응한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핵심 멤버랄 수 있는 에릭 피터슨(Eric Peterson)과 알렉스 스콜닉(Alex Skolnick), 그리고 척 빌리(Chuck Billy)..
비록 미국과 문화적 코드들을 공유하고 있는 인접국가라고는 하지만, 캐나다 출신의 Nickelback은 너무도 미국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드락과 루트락의 조합에다 더 나아가 컨트리뮤직에까지도 뻗어있을 멜로디 진행은 분명 새로운 음악의 형태는 아니라 해도, 지금까지 이들처럼 성공적인 반응을 가져온 밴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시원시원한 기타리프와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의 호쾌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몇몇 히트곡에서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들어서 좋은 음악인 것을 어쩌랴. 자 여기 Nickelback보다 조금 늦게 태어난 친동생 같은 밴드가 있다. Theory Of A Deadman(이하 TO..
Cleopatra Records 산하 Purple Pyramid Records라는 레이블에서 2002년에 발매한 『An All Star Line Up Performing The Songs Of Pink Floyd』.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핑크 플로이드의 팬은 아니다. 심지어는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II"를 핑크 플로이드의 원곡보다 영화 『Faculty』에 삽입된 Class Of '99(Tom Morello, Lane Staley, Martyn LeNoble, Stephen Perkins)의 현대적인 버전에 더 호감을 가질 정도니까. 그렇다면 이 앨범을 왜 구입했느냐? 이건 전적으로 평소 트리뷰트 음반이나 커버 앨범에 흥미를 느끼는 내 취향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유명..
‘창의적’이라는 말이, 이제는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기존에 이미 있는 재료들을 얼마나 솜씨 좋게 버무리느냐를 뜻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 옥타브의 음을 반음까지 다 합쳐봐야 12개에 불과하고, 그것을 나름의 규칙으로 만들어낸 갖가지 스케일과 모드는 이미 충분하고도 넘치게 사용되었다. 대중음악에서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코드진행과 멜로디구성이 공식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대중음악 생산자들만 아는 비밀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비밀이 아닌 채로 공공연히 사용되면서도, 수동적인 소비자는 끝없이 생산된다. 대중음악에서 미지의 영역이 거의 없어진 지금,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그저 만족하고 있다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는 수고를 이미 멈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보기 확실히 덕 올드리치(Doug Aldrich)는 테크닉 지향적인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스윕피킹이나 양손태핑을 남발하지 않고서도 멋진 솔로와 리프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일급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손꼽힐 만한 환상적인 레가토 주법으로 매끄러우면서도 화려한 연주를 완성한다. 기타 강사로도 꽤 명성을 날린 덕 올드리치의 독특한 운지법(왼손의 손가락을 거의 지판과 수직에 가깝게 놓고 연주하는)은 아마도 클래식 기타의 주법으로부터 영향 받은 것일 게다. 11살 무렵, 여동생이 연주하던 클래식 기타에 마음을 빼앗긴 어린 올드리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깁슨 레스폴 카피모델을 선물 받게 된다.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은 다름 아닌 지미 페이지(Jimmy Page). 이웃의 친구들과 처음 결성한 밴드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