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ig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라이브의 필수트랙이 될 것이 분명한 ‘Daddy, Brother, Lover, Little Boy’와 ‘To Be With You’만으로도 앨범 [Lean Into It]의 의의는 모두 증명된 셈이다. 이 극단적인 두 트랙은 Mr. Big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가리킨다. 전자가 비르투오소 집단으로서의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후자는 이들의 연주력과는 별 상관없이 뛰어난 감성의 작곡능력(특히나 슬로템포의 노래들에 있어서)을 여실히 확인시키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밝힐 때, Eric Martin의 블루지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 Billy Sheehan과 Paul Gilbert의 장난감 다루는 듯 하는 현 연주, Pat Torpey..
북구의 밴드들이 내뿜는 헤비니스의 바람은 은근한 중독성을 품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 배출한 두 밴드, In Flames와 Soilwork를 빼놓고 그 바람의 성질을 얘기하기 힘들다. 솔직히 In Flames에 비해 약간 낮은 이름값의 Soilwork지만, 서로의 뮤직비디오에 교차출연 할 만큼 절친한 이 두 팀의 음악적 매력을 이야기하기에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Soilwork야말로, 2000년을 지나 지금 다시 불고 있는 헤비니스의 열풍에 딱 어울리는 그런 밴드다. 이른바 멜로딕 데스메틀이나 메틀코어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사실 그 경계도 잘 모르겠다),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 그런 장르를 설명할만한 음악적 특징들은 분명하다. 과..
오지 오스본은 어쩌면 대운(大運)을 상징하는 태몽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이 뮤직 비즈니스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이유로 단순한 운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그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적잖은 악재 속에서도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을 만나고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바라보자면, 이건 하늘이 준 행운이 그를 뒤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가능할 정도다. 헤비메틀의 기념비적 기타리스트인 토니 아이오미를 만나 예의 그 ‘저주스런’ 목소리로 어둠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팀에서 나와 약물과 음주로 방황하다가도, 좌청룡 우백호에 비유할 수 있는 특급 연주자들을 언제나 옆에 두었던 인물. 이제는 귀여운(?) 할아버지의 얼굴이 되어버린 이 어둠의 황제는, 그렇게 신..
때론 ‘거장’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많은 대중의 인기와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이 ‘거장’이라는 단어로 탈바꿈해 해당 아티스트를 수식할 때엔, 왠지 모를 강압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다수의 의견이 뭉쳐 혹시 있을지 모를 소수의 반대를 암묵적으로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쯤 생각해 보게 된다. 예를 들어 Toto와 같은 밴드를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단지 Toto의 지나치게 매끈한 팝음악이 조금 거슬렸을 뿐이랄까. 분명 비르투오소 집단임이 틀림없는 이 괴물들이 내놓는 음악들은 너무나 절제되고 너무나 감미로워서 혹시 '금욕의 계'라도 결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참아도 정도..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아직도 20대의 성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브루스 디킨슨의 1997년도 솔로앨범 [Accident Of Birth]다. 브루스 디킨슨은 아이언 메이든 시절 이미 한 장의 솔로앨범([Tattooed Millionaire])을 발표한 바 있고, 93년 솔로로 독립하면서 두 번째 앨범 [Balls To Picasso]을 내놓았다. 이때 만난 멤버들이 Tribe Of Gypsies의 Roy Z, Eddie Casillas, David Ingram 등인데, 브루스의 이후 앨범들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거의 밴드형식의 고정멤버들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잠시 다른 세션들로 완성한 [Skunkworks]가 96년에 발표되었고, 그의 솔로 커리어로서의 네 번째 앨범인 [Accid..
1977년생의 Gavin DeGraw는 아티스트로서는 조금 늦은 나이인 2001년에 인디씬을 통해 첫 앨범([Gavin Live])을 발표했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정식 데뷔앨범을 내놓기 전까지 그는 뉴욕에서 자라나 맨해튼의 소규모 클럽들에서 주로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개빈 드그로가 동갑인 싱어송라이터 John Mayer와 비슷한 시기에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음악색은 서로 약간 다르지만 나이도 같고 재능있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이고, 그래서 가끔은 비교도 된다. 존 메이어가 기타를 기반으로 노래를 만들고 연주를 해나간다면, 개빈 드그로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노래를 부른다. 존 메이어의 목소리는 담백한 멜로디를 차분하게 훑는 반면, 개빈 드그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