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 소리와 폭발음, 그리고 헬리콥터 소리가 한차례 지나가면, 허무한 기타 아르페지오가 시작된다. 단순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함축하는 클린톤의 아르페지오가 고통 받는 병사의 독백과 만나는 전반부. 그리고 마침내 고통의 한계를 넘어선 절규가 6연음의 베이스 드러밍, 헤비리프와 만나는 후반부에 이르면 듣는 이의 감정도 최고조에 이른다. 가사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역설적이지만, 어쨌든 헤비메탈의 이 놀라운 쾌감! 『...And Justice For All』(1988)의 대표곡인 “One"이 1992년의 샌디에이고(Sports Arena) 라이브 버전으로 실린 이 싱글은 메탈리카의 한정판 박스세트 『Live Shit: Binge & Purge』(1993)에서 발췌된 곡들로 채워져 있다. 수록곡은 모두 네 곡으..
경계를 무시한 장르의 혼합. ‘하이브리드’는 활용당할 대로 당한 대중음악의 마지막 출구 같다. 물론 잊혀 질 때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또는 반복될) 장르의 순환도 그 해법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White Zombie의 프런트맨이었던 Rob Zombie의 음악은 헤비메탈과 펑크, 그리고 인더스트리얼과 스트링사운드(물론 프로그래밍된)가 혼합된 기묘한 ‘하이브리드’다. 게다가 공포영화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의 캐릭터까지. 어느새 호러무비계의 재능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롭 좀비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전업해서는 곤란하다. 그건 그가 들려주는 음악이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던져주는 기괴함의 정서는 분명 공포라는 감정에 기대고 있지만, 때론 코믹해보이기까지 하다. 이건 마릴린 맨슨이 보여주..
사람의 취향이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에 의해 수시로 바뀔 만큼 유연하다. Rock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취향의 보수성이 나에게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또 그것이 그 안의 어느 한 세부장르만을 고집할 만큼 견고하지도 않다. 또 어느 한 뮤지션에 집착하는 그런 고집도 나에겐 없다. 어쩌면 열정의 부재인지도 모르지만, 난 이걸 ‘취향의 순환’이라 부른다. 즉 들어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취향은 그때그때마다 변하게 마련이다. 오늘은 이 밴드의 음악이 한없이 좋다가도 내일은 저 밴드의 음악에 푹 빠지는 소심한 배신. 또 누가 알겠는가? 내일은 힙합앨범을 듣고 있을 나를 발견할 수 있을지... 이것을 어느 하나의 아티스트에 국한하더라도 얘기는 마찬가지다. 즉 ..
1998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서, 딜레이를 잔뜩 걸어놓고 짐짓 묘기를 보여주듯 기타솔로를 들려주던 마티 프리드먼의 모습이 여전히 떠올려질 정도다. 메가데스의 첫 내한공연은 사실상 내 생애 최초의 해외 아티스트 공연관람이었기 때문에, 공연 사운드의 질을 떠나(그리 좋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 황홀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공연은 앨범 『Cryptic Writings』(1997) 투어의 일환이었는데, 공연에 임박해서 구입한 그 앨범의 가사를 공연 전날 힘겹게 외우던 모습이 생각난다. 공연 당일에는 멤버들이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설렌 나머지 결국 한 부분도 따라하진 못했지만(기억력 탓이 아니라고 절대 주장). 메가데스의 98년 공연에 얽힌 기억은 하나가 더 남아있다. 조명이 꺼지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자 ..
지난달(8월)에는 오랜만에 핫뮤직을 사봤다. 취향이 취향인지라 헤비메탈에 할애된 지면이 잡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자니, 점점 손길이 가지 않게 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어쨌든 달리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던 시절 거의 매달 구입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기사가 나올 때만 간혹 사보고 있다. 8월호는 펜타포트 페스티벌 현장 스케치와 그에 관련된 밴드들의 기사가 주된 내용이었다. 직접 가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묵념 1분. 그중 가장 관심 있게 본 기사는 테스타먼트와의 인터뷰! 전 멤버가 응한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핵심 멤버랄 수 있는 에릭 피터슨(Eric Peterson)과 알렉스 스콜닉(Alex Skolnick), 그리고 척 빌리(Chuck Billy)..
비록 미국과 문화적 코드들을 공유하고 있는 인접국가라고는 하지만, 캐나다 출신의 Nickelback은 너무도 미국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하드락과 루트락의 조합에다 더 나아가 컨트리뮤직에까지도 뻗어있을 멜로디 진행은 분명 새로운 음악의 형태는 아니라 해도, 지금까지 이들처럼 성공적인 반응을 가져온 밴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시원시원한 기타리프와 채드 크로거(Chad Kroeger)의 호쾌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몇몇 히트곡에서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들어서 좋은 음악인 것을 어쩌랴. 자 여기 Nickelback보다 조금 늦게 태어난 친동생 같은 밴드가 있다. Theory Of A Deadman(이하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