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에너자이저 북라이트를 받았다. 사실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얻은 물건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북라이트라 부른단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집에 스탠드가 몇 대씩 있기 때문에 과연 이 북라이트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귀찮음의 본성을 내재한 인간에게 뭐든지 간편할수록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 잠들기 전 잠자리에서 책을 보고 싶을 때 책상 위의 스탠드를 옮기기 싫거나 그나마 머리맡에 설치된 전등조차 손대기 귀찮을 때, 아예 책에 붙여놓을 수 있는 북라이트가 이리도 요긴한 것을. 이러다 의 인간들처럼 나도 점점 퇴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기전의 용도 외에 밤 중 고속버스를 타는 경우 책을 본다던가 할 때에도 눈 아픈 좌석 위 등보다는 북라이트가 더 좋을 것..
우선 이 한 명의 독자가 주인공 바리의 고단한 인생을 이해하고 그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관적인 대답. 땅을 마주하고도 우리네 일상의 무관심에 너무 쉬이 묻혀버리는, 저 가깝고도 먼 지역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비극적인 인생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겁다. 우리가 쉽게 부르짖는 삶의 고난과 불행은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견주어본다면 어쩌면 한낮 사치스런 자기연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 그리고 이후 그녀를 감싸는 온갖 불행의 씨앗들. 바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슬픔은 풀린 실타래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는 단지 상상 속에만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생한 현실 인식 안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가까운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실상과 ..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 문서 판독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텍스트를 읽고 요약이나 이런 걸 잘 못했던 것 같다. 독서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그 능력이 향상된다고 봤을 때 아무래도 그 원인은 턱없이 부족한 독서량일 것이다. 그래도 대학교 시절 도서관은 참 좋아했다. 일일이 읽지는 않았어도 왠지 책 냄새 가득한 그곳엘 가면 저절로 지혜가 깨우쳐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곧 착각 혹은 어설픈 자기위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책 몇 권을 골라놓고 앉으면 시간이 잘도 흘렀다는 사실이다. 졸린 눈으로 책상 앞에 앉아 간이베개로 쓰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어쨌든 책에 대해 넘치진 않아도 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한 예로 아무리 편리한 도구들이 많이 나와도 휴대용기기를..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은 대개 인간의 자기암시를 다룬다. 우리가 삶을 꾸려가는 순간순간 강한 암시를 통해 결국 긍정적인 마인드로의 복귀를 촉구하는 것이다. 다만 각 책들은 그 주제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어떤 어휘와 소재가 첨가되는가가 다를 뿐이다. 최근 수 년 동안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빼곡히 자리잡은 이 비슷비슷한 책들은 하나의 주제를 누가 더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는지를 경쟁한다. 도 그 중 하나로서 역시 자기암시를 도구로 삼아 독자로 하여금 인생의 순로를 찾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는 성공적인 사업가로 살고 있는 주인공 존이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에게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찾아 다닌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1분 멘토’라 불리며 학생들이 스스로..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바늘방석에 앉아, 뉴스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결코 들어보지 못했을 저 수많은 나라들의 정치와 경제, 전쟁에 간섭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자국 내에서도 사격이나 무기에 관심도 없는 선량한 사람들이 총에 맞아 돌아가시는 일들이 많은 판국에 스스로 나서서 전 세계의 경찰 노릇을 자처하시는 점. 더구나 그 넓은 오지랖을 펼쳐 타국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게 다 세계의 균형을 임의로 재편하기 위한 경제적, 정치적 압력과 검은 기름을 둘러싸고 벌이는 일이라는 소리도 들리지만 믿고 싶지 않습니다. 높고 고귀하신 큰 나라의 의도를 이토록 폄훼하다니요, 아마도 저 목소리들 뒤에는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아, 근데 이 친구는 또 누구입니까. 그토..
11분이라는 제목이 재미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일반적으로 섹스에 소요되는 시간을 11분으로 상징화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데 어느 정도 영감을 받았던 어빙 월리스의 이라는 작품에서 그 기준점을 가져왔다고 한다. 다만 7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인색’해 보여 자신은 4분을 더 추가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둘 다 다소 박해 보이는 숫자이긴 매한가지나, 이 소중한 순간들이 대개 5분여에 그치고 마는 사례들도 허다하니 파울로 코엘료의 기준, 더 나아가 어빙 월리스의 7분조차 너그러워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은 그렇다, 섹스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브라질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소녀, 마리아는 누구나 그렇듯 성(性)에 관해 혼란스러운 10대를 거친다. 욕망과 사랑, 그리고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