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비디오도 없던 시절, 명절마다 TV에서 방영해주는 두 편의 영화는 내 유년시절을 고스란히 지배했다. 이 두 편의 영화모두 유명한 시리즈물이었는데 첫 번째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두 번째 영화는 리처드 도너의 “수퍼맨”이었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광선검은 당시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아이템이었으나 현실에서 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야광물질로 만든 조악한 장난감이 있었지만 영화에서 보기와는 너무 딴판인 그 몰골(?) 때문에 그다지 큰 관심은 끌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에 수퍼맨이 두르고 나온 빨간 망토는 집안을 조금만 뒤져보면 나오는 붉은 보자기로 웬만큼 재현이 가능했다. 보자기를 두르고 마치 수퍼맨이 된 양 집안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던 기억이 아직..
헐리웃이 만들어내는 영화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비단 큰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현란한 영상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언론에 노출된 큰 영화들만이 헐리웃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헐리웃을 강화하는 것은 주류영화 밑에 잠재된 좋은 아이디어의 작은 영화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큰 영화들이 아이디어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작은 영화들에서 출발한 능력있는 인력들이 뛰어난 아이디어로 그 빈 공간을 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헐리웃의 최근 경향은 이런 작은 영화들에도 유명한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인데 바로 “11:14”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이미 실력있는 배우로 자리잡은 힐러리 스웽크Hilary Swank가 직접 출연도 하고 제작자로도 참여한 영화 “11:14”는 5가지의 이야기를..
우리는 폭력과 위선으로 점철된 마피아의 세계를 영화 “대부”를 통해 간접경험 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서로의 뒤통수를 겨눌 총구를 등 뒤에 숨긴 채 친구의 모습을 가장하던 이들이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웃는 얼굴로 서로를 견제하며 수면 밑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를 파악해야만 우리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 아버지 비토 꼴레오네로부터 ‘대부’의 자리를 물려받은 마이클이 사탄을 멀리한다는 다짐을 신에게 맹세할 때 다른 한 쪽에서는 주요 보스들의 숙청작업이 진행된다. 그 순간 신성한 성당은 거짓을 맹세하는 위선의 현장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가장 가까운 내부의 인물조차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는 그들에게 폭력이란 권력을 보장해주는 담보와 같다. 72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파..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의중이야 일개 관객으로서 알 길이 없겠지만 “우아한 세계”는 마치 1997년 같은 해에 태어났던 “초록물고기”의 판수, “넘버3”의 조필이 이후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에서 태어난 듯한 영화다. 이 두 영화 이후 송강호라는 배우가 조폭이라는 한정된 카테고리에 묶이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도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는 10여년 동안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냈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출발점과도 같은 조폭의 신분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오픈 코메디쇼같은 짧은 콩트들의 연결에 지나지 않는 영화들이 조폭영화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등장해 온 한국 영화계에서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채택한다는 것은 분명 일정한 핸디캡을 가지고 시작하는 시합과 같다. 이제 관객들은 ..
돌을 던질 수 없는 블록버스터 사람들은 말한다. 블록버스터라는 외투를 입고 나온 영화들이 설령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돌을 던지지 말 것을. 그래서 나도 이 영화의 머리에서 동전 굴리는 소리가 난다고 돌을 던지지는 않을테다. 평소라면 기꺼이 단단한 짱돌을 던졌을테지만 착한 범블비가 맞게 될까 두려워 차마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취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우선 말하고 싶다. 어째서인지 그걸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트랜스포머는 올여름 스파이더맨3에 이어 가장 기대했던 영화다. 어린시절 기억의 한 귀퉁이를 지배했던 거대변신로봇의 위용을 그림이 아닌 실사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것이었다. 이 덩치 큰 로봇대전의 총지휘관은 스티븐 스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