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보일의 은 태양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인간을 그린다. 죽어가는 태양으로 생명의 빛을 잃어가는 지구를 위해 쏘아 올려진 이카루스 2호는, 태양의 활동을 재개시킬 거대한 폭탄을 싣고 빛의 진원지를 향해 떠난다. 우주공간에서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영화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리라 기대되는 이 여정은 어두운 미래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은 때로는 폴 앤더슨의 을, 때로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를 연상시키며, 우주에서의 고립이 가져다 주는 인간적인 공포를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각자의 역할을 맡은 채 모인 8명의 대원들은 점차 심리적인 압박감에 대면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들의 임무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부담과, 폭탄을 실은 우주선과 자신들 이외엔 이 미지의 공간에 그 어떤 존재도 없으리라는 고..
한 개인이 국가라는 굴레에 씌워진 채 국가의 과대망상에 의해 소비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니라 단지 원인과 결과, 즉 국가가 있기에 개인이 존재한다고만 믿는다면, 언젠간 거대한 집단적 공포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전쟁이 바로 그러하다. 전쟁은 군인들을 그 공포의 중심점으로 몰아 넣고, 군인들은 그곳에서 미쳐간다. 미국의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되어버린 베트남전쟁은 양 국가의 수많은 인명이 피를 토해내는 광기의 무대가 되었다. 혼돈의 소용돌이인 이 전쟁터에서 의 해병대원들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살인기계로 주조하기 시작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은 윤리와 상식이 사라진 무질서의 혼돈 속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훈련 받은 군인들이 실은 얼마나 ..
장지량의 은 전쟁을 무대로 한 사극의 스케일에 집중하면서도, 한편으론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를 택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영화다. 물론 이 작품이 원작인 일본만화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야기의 대부분이 원작자에 의해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서 원작과의 비교우위만을 따지기엔 은 아까운 영화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함락의 위기에 빠진 한 성의 방어과정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단순히 대규모의 엑스트라와 CG를 동원해 만들어낸 공성전의 스펙터클만이 아니다. 박애를 지상과제로 삼았던 묵자의 제자 혁리(유덕화)가 조나라의 10만 군대가 지나가게 될 양성에 도착한다. 양나라는 그들의 성을 조나라의 군사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혁리의 방어전술을 믿을 수 밖에 없..
아련한 추억이 깃들었던 도시가 죽을 것 같은 공포의 공간으로 뒤바뀌는 데에는 단 하루면 충분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을 잃은 후, 에리카 베인(조디 포스터)이 느끼는 도시의 공기는 포근하고 따뜻했던 것에서 냉정하고 두려운 것으로 바뀐다. 뉴스에서만 들었던 남들의 불행이 자기 것으로 되어버린 이 순간, 도시는 숨겨왔던 그 잔인한 얼굴을 드러내며 현기증을 유발한다. 총을 든 여자는 이 바뀐 환경에 적응할 새로운 자신을 만들기 시작한다. 범죄를 향한 범죄가 계속 될수록 눈 화장은 짙어지고, 손 떨림은 사라진다. 여자는 스스로 단죄의 방아쇠를 당긴다. 닐 조단의 은 기본적으로 범죄에 대한 공권력의 무능함을 타파해 줄 개인을 갈망했던, 과거의 범죄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대개는 근육질이나 마초 이미지의 남..
액션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두 사람이 한 영화 안에서 만난다면 관객은 분명 뭔가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신체액션의 강도를 극대화 한 것이든, 기존 액션영화의 문법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든 간에 말이다. 이연걸과 제이슨 스테이덤이 만난 는 그런 면에서 관객의 기대를 받을 만한 영화였다. 비록 두 배우가 헐리웃 최고 수준의 개런티를 받는 스타들은 아니지만, 액션영화 안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부족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폭넓은 관객층을 노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장르의 팬들에겐 꽤 기대되는 이 결합이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줬을까. 이연걸이라는 이름은 동양의 관객들에겐 꽤 커다란 의미다. 90년대를 가로지르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본다면, 그가 아시아에서 이룩한 액션스타로서의 이미..
(이하 )은 귀여운 상상력이 기분 좋게 펼쳐졌던 의 각본가 자크 헬름의 연출데뷔작이다. 그의 각본작에서 알 수 있듯이 의 바탕에도 그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만)의 가게에 진열된 살아있는 장난감들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이 바라보는 세계는 우리가 가장 천진했던 시절의 동심의 세계다. 자신의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장난감들이 언젠간 스스로 살아 움직이길 기대하는 마음. 어느새 우리가 잊고 지내는 그 어릴 적 추억들을 끄집어 내는 것이 의 목표다. 그러나 감독의 이전 각본작이었던 이 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이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하며 미소 짓게 만들었다면, 의 상상력은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상상의 조각들은 모두 장난감들로 형상화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