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의 대선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미국의 차기정권을 차지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힐러리든 오바마든, 또 그들이 정부차원에서의 의료보험의 확대를 하나의 선거쟁점으로 들고 나왔든 아니든 간에 우리가 관심을 쏟을 여유는 없다. 더 나아가 보험체계가 민영 보험회사와 제약회사에 잠식당해 환자가 엄청난 의료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미국인의 개인파산 원인 중 3분의 2가 바로 이 과도한 의료비 때문이며, 아울러 4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보험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매체로 접하게 되더라도, 내가 이 조그만 땅 덩어리에 받을 딛고 있는 이상 미국인의 곤경을 이해하는 인류애를 발휘하기란 어렵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솔직히 말하지만, 우리나라, 아..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름 있는 원작을 영화로 옮기기란 얼마나 부담스럽고 고민스런 일일까. 그것도 무척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가의 그것이라면 말이다. 물론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그 어려움의 무게를 실감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쯤은 안다. 우리는 그저 7~8000원을 지불하고 두 시간 안팎의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주변인들과 ‘재밌다, 재미없다’의 두 마디를 지껄이거나, 이렇게 글을 끼적이거나, 두 행위 중 하나로 그 두 시간에 대한 평가를 종료할 테니까. 그들이 느낄 중압감이나 부담감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또 냉정한 그 녀석이 관객이라는 캐릭터다. 앞의 얘기는 결국, 이런 글을 쓰게 돼서 유감이(미안하)다, 라는 표현을 에둘러 한 거다. 영화 에서 매력적인 ..
는 영화 속 요괴들만큼이나 뭔가 요상한 영화다. 원작자의 거대한 이름값으로 볼 때, 이 영화는 분명 제작비가 액수 그대로 화면에 구체화되는 실감나는 프로젝트가 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는 어딘가 빈 구석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조악한 CG는 둘째 치고라도 TV판 (혹은 아주 먼 옛날의 )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괴수(요괴)의 코스튬은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작품의 방향자체가 애초에 수용자의 기대와 달랐던 것이 아닌가 한다. 사뭇 심각해질 수 있는 영화의 설정을 밝게 이끌고자 했던 도로로(시바사키 코우)의 캐릭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화 는 절반의 어설픔을 아예 코미디로 대체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주인공 햐키마루(츠마부키 사토시)가 요괴퇴치 퍼레이드를 선보이는 영화의 ..
강원도 삼포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승우(손병호)는 연이은 은행강도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경찰의 위신을 되살리기 위해 모의훈련을 지시한다. 아무 각본 없이 경찰 중 한명이 강도가 되어 범행의 시작부터 경찰의 진압까지의 과정을 언론에 알리고자 한 것. 제대로만 되면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도 돌아올 것이 분명하고, 비록 잠시 거쳐 가는 자리지만 새로운 서장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는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다른 배역들은 모두 추첨을 통해 결정되었으나, 가장 중요한 강도 역엔 서장이 직접 지목한 정도만(정재영)이 배정되었다. 그러나 정도만은 일말의 융통성도 발휘할 줄 모르는 백퍼센트 매뉴얼 인간. 그는 정직함의 뚝심으로 도지사의 비리를 추적하다 수사과에서 교통과로 좌천된 인물로, 강도 역할에 최선..
한밤중 벤치에 앉아 시력에 좋다는 당근을 씹어 먹던 스미스(클라이브 오웬)는 뜬금없이 나타난 임산부와 그를 위협하는 괴한 사이에 휘말려든다. 근데 이게 좀 간단치가 않다. 한 놈을 없애니 어디서 왔는지 나머지 녀석들이 우르르 하고 몰려든다. 거기에 그들의 보스로 보이는 남자 허츠(폴 지아매티)도 가세한다. 여자와 아이를 구하며 불의를 지키려던 스미스는 난데없이 알 수 없는 조직의 표적으로 낙인찍히고, 결국 죽은 산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지켜야만 한다. 그에게 남은 것은? 수틀리면 모두 날려버리는 불같은 성격 뿐. 엉성한 얼개로 어색하게 폼 잡느니 차라리 코미디가 낫다. 누군가가 (이하 )을 진지한 액션영화로 기대하고 본다 해도 말릴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그가 이 영화를 코미디로 생각하고 본다면 훨씬 더 ..
우연히 만난다면 분홍빛의 말랑말랑한 코를 한번 만져 봐도 되는지 물어보고 싶은 레미(패튼 오스왈트)는 타고난 후각을 가진 쥐이자 천부적인 요리사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동료 쥐들이 발견한 음식 쓰레기들에 쥐약이 들어있는지 아닌지 감별하는 데 쓰일 뿐이다. 어느 날 이 조그만 녀석은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구스토에 숨어들어가 요리사의 꿈을 키운다. 물론 자신을 보고 기겁을 할 사람들에 대비해 링귀니(루 로마노)라는 청년을 앞세운 채. 요리에 소질이 없는 링귀니는 어머니의 유언에 의해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에 청소부로 들어가지만 레미의 도움을 받아 우연히 맛 좋은 스프를 만들게 되고, 죽은 구스토의 뒤를 이어 식당을 물려받으려 했던 수석 주방장 스키너는 여러모로 미심쩍은 그를 못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