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OVO THINKPAD X201 3249-R99 아수스(Asus) 900A를 떠나 보낸 후, 녀석을 이을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노트북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1kg 남짓의 그만그만한 성능의 넷북보다는 무게가 좀 더 나가더라도 괜찮은 성능의 노트북이 결과적으로 더 만족스러우리라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 레노버 씽크패드(Lenovo Thinkpad) X201… 라고 얘기해보지만 실은 X201에 눈독 들인지 어언 몇 개월이다. X201이 끌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외양. 변함없이 투박한 디자인이 오히려 매력이다. 유행을 타지 않아 좋고, 견고해 보이는 데에 점수를 준다. 둘째, 디스플레이 비율. X201을 구입한 이유 중 하나는 16:10, 1280 x 800의 해상도. 요즘 대부분의 보..
중국 사천성 청두에 출장 온 동하(정우성). 마중 온 지사장(김상호)과 잠시 짬을 내 두보초당(杜甫草堂)에 들른다. 홀로 기념관 안을 둘러보던 동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따라간다. 그곳에서 미국 유학시절 좋은 감정을 나눴던 메이(고원원)를 만난다. 영화는 영원히 못 볼 줄만 알았던 예전 연인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는 평범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이야기의 배경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중국의 풍경을 펼쳐 놓는다. 동하가 곤욕을 치르며 먹게 되는 청두의 특산요리조차도 기억해도 좋을 만한 이국적인 추억으로 남는다. 영화에서 청두는 또 하나의 주요한 등장인물이다. 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의 모델버전같은 느낌이다. 국적 따위는 방해물이 되지 못하는 젊은 연인들의 짧은 재회 속에 동하와 메이의 훤칠하고 청..
USB를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USB를 구입할 때마다 '이건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꼭 필요해서 산다'는 자기 정당화 과정을 거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걸 꼭 필요해서 산 것만은 아니었다. 이젠 습관이려니 한다. 이번에 내 손에 들어온 것은 HP V115W USB 8g. 휴대폰에 항상 걸고 다녔던 아이리버 도미노 8g의 슬라이더 부분이 주저앉아버려 포트에 꽂을 때마다 삽입되지 않고 밖으로 쑥 밀려버린다. 디자인에 혹 해 구입했지만 그 허약한 체형은 처음부터 좀 불안했다. 이제 휴대폰 연결 USB의 자리를 다른 녀석에게 넘겨줄 시간이 되었다. HP V115W는 겉모양도 튼튼하게 생겼다. 크기는 도미노보다 작지만 금속재질의 외투가 겉을 보호하고 있어 안심이 된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구입시 휴대폰 연결고..
캐서린(줄리안 무어)은 요즘 남편 데이빗(리암 니슨)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음을 실감한다. 세월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녀는 점점 중후해지며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남편과 단순히 주름만 늘어가는 듯한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늘어가는 것은 얼굴에 새겨지는 세월의 흔적만이 아니다. 멋진 남편에 대한 의심도 나날이 커간다. 더구나 데이빗의 행동은 의심을 증폭시키고 캐서린은 그런 의심을 확정할 물증을 잡고 싶어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아닌지, 혹시 그럴 가능성은 없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캐서린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콜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아름다운 클로이가 데이빗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때 그가 유혹의 제스쳐를 취할 지 테스트하는 것이다. 캐서린은 클로이에게..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때 메신저백보다 백팩을 선호한다. 메신저백이라면 한쪽 손에만 하중을 집중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고 여러 잡동사니를 같이 가지고 다니기에도 백팩쪽이 편리하다. 넷북처럼 가벼운 노트북이 아니라 무게감 있는 업무용 노트북이라면 백팩에 담는 편이 확실히 부담이 적다. 현재 내 노트북 운반에 쓰이고 있는 백팩은 헤드그렌(Hedgren) HGA16, 벨킨(Belkin) F8N052 두 녀석이다. 헤드그렌 HGA16과 벨킨 F8N052는 완전히 다른 컨셉의 백팩이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사용해본 입장에서 나름의 장단점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겠다. 헤드그렌 HGA16은 노트북 전용 백팩이 아니다. 만나게 된 인연도 쌤소나이트 매장에 노트북 전용 백팩을 둘러보러 갔다가 맘에..
80년대에 날고 기는 밴드 중에서도 저니(Journey)는 독보적이었다. 그들의 80년대 마지막 앨범, 즉 공식적인 해체 바로 전 작품인 [Raised On Radio] 역시 로스 밸로리(Ross Valory)와 스티브 스미스(Steve Smith)가 빠진, 닐 숀(Neal Schon), 조나단 케인(Jonathan Cane), 스티브 페리(Steve Perry)의 삼인조 체제만으로 더블 플래티넘의 판매고를 우습게 넘었다.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80년대 초중반에 공개되었던 그 이전 앨범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저니의 대다수 명곡들이 이미 이때 다 나왔고 당시의 공연 영상소스들을 봐도 이들이 당시 자신들의 성공에 얼마나 들 떠 있었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는지 느낄 수 있다. ..
박노자 선생(그가 호감을 가진 여타 지식인들을 지칭할 때 늘 그러듯)을 처음 안 것은 군대시절이었다. 소위 '짬'이라는 것이 좀 차고 일과 시간 후 여유시간이 드디어 볕을 보기 시작했을 때, 부대 내 독서실(이라고 해 봤자 서너 평 남짓의 공간이었지만)에서 우연히 접한 책이 그의 저작이었다. 책의 제목은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데(어둑한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 그 책은 아마도 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책의 내용보다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훨씬 잘 구사하는 귀화인의 존재가 신기하기도 했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물론 '한국인'이 아닌 '귀화인'이라는 단어를 그가 듣는다면 탐탁지 않게 여기리란 걸 알지만. (이하 )는 박노자 선생이 인터넷에 올려왔던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짧은 글마다 그때그때 저자의 주변..
과학과 미학 양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지도를 얻고 있는 두 저자, 정재승과 진중권이 "크로스!"를 외쳤다. 혹시 영화 를 보고 '삘' 받아 서로의 몸을 해체, 결합 해보려는 시도가 아니냐고? 그랬다면 더욱 흥미로웠겠지만 아쉽게도 (이하)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쓴 책의 제목일 뿐이다. 제목만 듣고 잠시나마 물리법칙의 혁신과 생명공학의 진보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 부러운 두 두뇌의 결합만은 얼마간 이뤄진 셈이다. 는 시대를 대표하는 스물 한 개의 아이콘을 바라보는 두 저자의 시각을 번갈아 기록하고 있다. 이 기호들은 주로 각 저자의 주 활동무대, 즉 과학과 미학이라는 배경 안에서 분류돼 서술되고 있지만 때론 서로의 영역이 교차되기도 한다("크로스!"). ..
누군가를 엿본다는 것은 대개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행위다. 아마도 인간의 무의식 어딘가에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영역이 깊숙이 잠재하고 있으리라. 더욱이 그 대상이 무척 흥미롭거나 신비로울 때 그 호기심의 세기는 훨씬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일견 고리타분하게 여기면서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명사의 자서전, 에세이류를 찾거나 말초적인 자극 말고는 얻을 게 없다는 걸 앎에도 연예인의 가십기사를 둘러보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숱한 소설 속 가상의 세계에도 질려 버리고 사회과학서적류에 적혀있는 이념들에 머리가 아픈 독자들이 호기심의 덫에 걸려드는 순간이다. (이하 )는 일본이 자랑하는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의 짧은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그에게 호기심을 가진 이라면 살짝 엿볼 만 하다. 이른바 자..
사내의 꿈은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공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리그우승이나 월드시리즈 반지는 아마 그 다음 단계의 희망이었을 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짐 모리스는 메이저리그라는 문턱조차 넘을 수 없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두려워할 치명적인 부상이 그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주부를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을 법한 그저 안타까운 라디오 사연 중 하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헐리웃, 그것도 디즈니가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리 없다. 짐 모리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긴 투수다. 그것은 역대 최다승, 최다삼진기록 같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 평범한 생을 살다 35세의 나이에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무대를 가진다. 이조차도 역대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