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텍스트큐브닷컴에서 토트(Thoth)로 이사 후 처음 올린 포스팅이다. 날짜는 5월 9일. 그러고보니 벌써 세 달 전의 일이다. Textcube에서 Thoth로 이전 완료 이사가 달가우리 만무하다. 이삿짐을 싸는 순간부터 그것은 설렘과는 거리가 먼 귀찮은 작업이 되고 만다. 새 둥지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보일러는 잘 구동되는지, 집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알맞은지, 이웃들은 조용한 편인지, 대중교통수단으로부터 고립된 지역은 아닌지, 혹시 집주인이 전세금을 떼먹고 해외로 도주할 가능성은 없는지, 정말 여러 사항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고려하느라 밀려오는 두통을 피할 수 없을 지경이다. 웹상에서라고 크게 다르랴. 텍스트큐브닷컴을 쌈 싸먹고 날라버린 구글 덕분에 요 며칠간 이곳 저곳 들락거렸다. 공짜로 쓰던..
누가 봐도 합병이라기보다는 사실상 텍큐닷컴의 일방적인 폐업선언이다. 더 이상 서비스를 유지해줄 수 없으니 쓰기 싫은 서비스라도 감수하며 남든가 그게 싫으면 떠나라는 얘기다. 간만에 좀 긴 휴일을 맞아 책도 좀 읽고, 영화 몇 편 보며 글 좀 써볼라 했더니 이런 반갑지 않은 소식이 떴다. 글은커녕 이사 갈 궁리를 해야 해서 여기 저기 둘러보기 바쁘다. 몇 군데 살펴봤는데 짧게 요약해보면. 차라리 안정감 있게 네이버로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하나 비록 별 볼일 없지만 지금까지 모아온 글들을 한 큐에 옮길 방법이 전무하고. 다음, 블로거닷컴, 티스토리는 원천적으로 사용불가. 워드프레스 기반의 국내 가입형 서비스들은 써보고 싶은 스킨이 한 가득인데 텍스트큐브닷컴과 같은 결말이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이..
SAMSUNG SENS NT-R428-DAD3S 수리를 맡겼던 업무용 노트북이 기어이 사망하고야 말았다. 엄밀히 따지면 회생보다 장례비용이 덜 들 것 같아 내려진 잔인한 결정이랄까.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것보다 차라리 새 노트북을 구매하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이익인 상황. 그리하여 새 업무용 노트북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 녀석이 삼성 센스 노트북 중 유일하게 OS 미포함 모델인 R428이다. 만약 나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HP나 Asus 제품 중에서 골라보려 했으나 불행히도 그런 금전적 여유도 권리도 없었고 어쨌든 이 녀석이 왔다. 인텔 듀얼코어 T4400에 2기가 램, 14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진 R428은 어디선가 삼성의 부품 재고처리를 위해 탄생한 모델이라고 들었다. 가격 경쟁력..
AKG K-315 Earphone NWZ-A846를 구입한 김에 새 기분(?)으로 함께 써보려고 장만한 이어폰. 오랫동안 이어폰을 귀에 끼운 채 다니다 언제부턴가 심상찮은 통증을 느끼고부터는 사용빈도를 줄여나가리라 다짐했건만, 인터넷 서핑 중 (가격대비) 좋다는 이어폰을 발견하게 되면 한번 써보고 싶은 욕망만은 억누를 길이 없다. 이번에 선택한 AKG는 개인적으로 다소 생소한 오스트리아 브랜드다. 물론 음향기기로 유명하다는 AKG인지라 고급형 제품들이 있긴 한데 배(mp3p)보다 배꼽(이어폰)이 더 크게 되는 상황은 금물!... 이라는 핑계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군 중심으로 이어폰을 찾아봤다. 카랑카랑한 것보다는 묵직한 소리를 선호(한다고 믿어왔던)하는 관계로 중저음역대가 비교적 잘 강조된다는 이어폰을 고..
이제는 세간의 화제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이 영화에 대해 끼적거리려다 그만두기를 여러 번, 그새 시간은 한참이나 지났다. 이유는 뭐, 이미 할 얘기는 다 나온 마당에 중언부언 하기도 그렇고, 영화에 대한 느낌이 첫 번째 감상과 두 번째 감상 사이에서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뭔가 잘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 내가 본 ‘판도라’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거울. 혹은 새로운 오락거리로 다가온 단순한 환상. 관객들의 현실 탈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는 매우 정형화된 이야기에 보는 이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킬 만큼 탁월한 시각효과를 얹힌 롤러코스터 영화다. 아니, 반대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비주얼을 뼈대로 하고 거기에 살짝 스토리를 더했다는 편이 옳겠다. 를 보며 든 첫 번째 생각은,..
FUJITSU CALMEE XENA 500G 요즘엔 CD를 사기보다 인터넷으로부터 음원을 구매하는 편이다. 리핑된 음원을 대량으로 다운받는 행위는 차분하고 꼼꼼한 음악감상에 걸림돌이 될뿐더러 앨범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부클릿 감상 옵션을 포기하는 셈이지만 CD구매와 공수에 문제가 있어 다운로드를 음악을 듣기 위한 차선책으로 삼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어쨌든 보유하고 있는 CD 리핑 음원과 함께 계속해서 다운받는 음원들이 쌓여가니 전에 가진 120기가 외장하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새로운 저장매체를 찾아야 할 때. 가벼운데다 디자인도 괜찮고 및 성능에서도 떨어질 것 없는 후지쯔 카미 제나(Fujitsu Calmee Xena)를 선택했다. 용량은 500기가. 확실히 작고 가볍..
SONY WALKMAN NWZ-A846 소니코리아 예약판매를 통해 구입한 NWZ-A846. 실은 D2를 처분한지도 두 달이 넘었다. 동영상을 볼 일이 없을뿐더러 음악감상은 넉넉한 용량의 iAudio 7으로 실컷 하고 있으니 D2에 자주 손이 가지 않았다. 집에 묵혀두는 것보다 마음 맞는 새 주인을 만나게 하는 편이 녀석에게도 좋을 것 같아 먼 길 떠나 보냈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 D2 다음으로 주력 기종자리를 차지한 iAudio 7은 배터리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희생한 그 도톰한 몸매만 제외한다면 무척 만족스러운 플레이어다. 16기가의 엄청난 용량도 맘에 든다. 집에서는 물론 외출 시에도 함께해온 녀석이다. 그러다 비디오 팟캐스트를 지원하는 기기가 있었으면 했고 마침 NWZ-A846의 예약판매 소..
누군가를 사랑… 아니 좋아하게 되면 그 대상의 표정이나 습관, 심지어 단점까지도 좋아진다. 그 모든 것이 상대방을 이루는 일부이기 때문이리라. 대상이 되는 그녀는 하나의 완전체. 그녀를 향한 호감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이루는 바로 그때, 우리는 그가 어떤 흠을 가지고 있든 괘념치 않게 된다. 마치 신체기관의 일부처럼 그 단점들이 없다면, 좋아하는 그녀(혹은 그) 역시 존재할 수조차 없으니까. 하나님 부처님, 미천한 저에게 이토록 과분한 여인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잘 믿지 못하는 이유다.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는 바로 그 시기 때문에 말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아름답던 그녀의 표정이 평범한 것으로 절하되더니, 때로는 그것이 급기야 싸움의 빌미가 되기..
마음 같아선 피곤에 뻗어 누운 밤 시간, 머리맡에 둔 한 권의 책 내용을 동 트기 전까지 뇌로 자동 전달해 주는 기계를 발명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하루 종일 시달리다 이 고요한 시간만큼은 휴식을 취하고픈 뇌의 고충을 외면하기 어려울뿐더러 마치 인체를 활용한 데이터전송 같은 비인간적인 개념을 떠올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아 기꺼이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진심으론, 뇌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인간의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누군가 그런 기계를 만들어 준다면 잘 써줄 의향은 있다. 물론 구매 시 무이자 할부 6개월을 넘기지 않아도 될 만큼 가격 장벽이 낮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책 읽을 시간, 더 정확히는 그럴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유치한 투정을 해보려다 이런 어이 없는 상상을 했다. 그것은 ..
F. 게리 그레이의 신작, 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의 감정은 볼 일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화장실을 떠나야만 하는 어느 불행한 사람의 그것과 매우 유사할 지도 모른다. 미국 법 체계의 불완전성을 떠보려는 시도가 살인자의 손에 가족을 잃은 한 가장의 사이코드라마로 확장되더니, 이내 슈퍼히어로에 가까운 테러리스트의 복수극으로 발전하다 끝내 허무한 엔딩에 종착한다. 이런 저런 갈래로 피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들이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한 채 관객을 어정쩡한 길 한복판에 서 있게 만든다. 영화가 기상천외한 테러의 전시장이 되려 했는지, 세상을 향해 복수의 X침을 날릴 수 밖에 없는 비정한 부성(父性)을 강조하려 했는지, 아니면 출세를 목표로 한 현실주의자들의 독무대가 된 미 법조계를 풍자하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