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자이언트 / The Iron Giant



냉전체제가 전세계를 지배했던 1957년, 우주개발에 한 발 앞선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이 미국을 묘한 열등감에 빠지게 했던 바로 그때이다. 미국의 작은 마을 록웰에 미지의 비행물체가 추락한다. 그것은 강철로 된 거인. 이를 목격한 어부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오히려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우연히 이 말을 듣게 된 소년 호거스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 강철 거인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호거스는 외계로부터 찾아온 거대한 로봇을 만나게 되고 위기에 처한 그를 도와준다. 이것을 계기로 둘은 가까워진다. 한편 사고 현장에 파견된 정부요원 켄트 맨슬리는 처음엔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목격자의 증언에 의심을 품지만 곧 이것이 사실이라는 단서를 잡는다. 맨슬리는 이 괴물체가 미국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머지 증거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는 호거스가 로봇과 만난 자리에서 잃어버린 장난감 총을 발견한다.

 


<인크레더블>, <라따뚜이>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애니메이션 감독, 브래드 버드의 극장용 장편 데뷔작이다. SF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아이언 자이언트>는 <E.T.>와 <슈퍼맨>의 모티브에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함축하는 줄거리가 담긴 애니메이션이다. 외계로부터 찾아온 물체(외계인)가 지구인 소년과 교감을 나누고 위기를 겪는다는 이야기는 <E.T.>를, 또 마찬가지로 먼 행성으로부터 온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가 인류(마을)를 구원한다는 설정은 <슈퍼맨>을 닮아있다. <슈퍼맨>은 영화 속에서 당시의 만화책을 통해 직접 언급되기도 하며 아이언 자이언트가 철제 폐기물 안에서 찾아낸 S자 패널로 자신의 가슴을 장식하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연출된다. 슈퍼맨처럼 누군가를 위기로부터 구해내거나 인간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에 연민을 느끼는 이 강철 거인의 이야기는 생명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는 헐리웃 애니메이션이 항상 저연령층 관객을 위한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면, 이 작품에선 개발과 전쟁 등으로 파괴되는 자연과 생명을 돌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언 자이언트>에는 켄트 맨슬리라는, 어른들에게도 무척 흥미로울 인물이 등장한다. 맨슬리는 말 그대로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함축하는 인물로, 전세계에 끼치는 거대한 영향력을 소련과 양분했던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상징한다. 그는 스푸트니크 위성으로 대표되는 소련의 한발 앞선 우주개발 사업에 공포와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며(군비경쟁으로 상징되는 체제 지배자로서의 힘겨루기), 아이언 자이언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년의 가족을 속이거나, 영화의 막바지에 거인을 표적으로 한 미사일 발사를 승인 받기 위해 소년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다(잘못된 정보, 혹은 언론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 여기에 외부로부터 찾아온 미지의 방문자는 모조리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그의 생각은 미국 외의 국가들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그것을 다시 공고한 내부의 통치이념으로 역이용하는 미국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무분별한 행동은 결국 이 평화로운 마을을 파멸로 끌고 가는데 그 과정에서 순수한 마음의 아이언 자이언트를 무시무시한 파괴병기로 탈바꿈시키고 만다. 냉전을 둘러싼 시대정신이 인류를 위협하는 결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켄트 맨슬리를 통해 미국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헐리웃 애니메이션이라면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들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주인공 호거스의 엄마는 제니퍼 애니스턴이, 소년을 도와 아이언 자이언트를 숨겨주는 철물 폐기장의 주인, 딘 맥코핀은 해리 코닉 주니어가 연기했다. 정부요원이지만 영화의 실질적인 악역인 켄트 맨슬리는 크리스토퍼 맥도널드가 맡았고, 호거스에게 배운 몇 가지 영어단어를 그 무거운 철제 입을 움직이며 열심히 발음하는 아이언 자이언트는 빈 디젤이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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