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바이킹 소년 히컵(제이 바루첼)은 얼떨결에 전설로만 구전되어온 드래곤 '나이트 퓨리'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한다. 히컵은 마을의 족장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용맹한 바이킹 스토이크(제랄드 버틀러) 앞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이었다. 지금이 바로 그 절호의 기회. 그는 드래곤이 추락한 장소를 찾아가 '나이트 퓨리'를 죽이려 시도한다. 그러나 삶을 체념하는 드래곤의 눈빛을 본 히컵은 마음을 돌려 오히려 그를 묶고 있던 올가미를 풀어준다. 소년은 더 나아가 '나이트 퓨리'에게 '투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 때문에 입은 상처를 치유해 준다. 그 과정 속에 그는 드래곤이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 게 벌써 작년이다. 인상적으로 본 작품이니..
아이도 없이 부인마저 먼저 보낸 쓸쓸한 노인 칼(애드워드 애스너)에게 삶의 낙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곤 이주협상에 응하지 않은 결과로 재개발지역 한 가운데 마치 낯선 혹처럼 뚝 서있는 자그마한 집 하나. 하지만 이 볼품없는 집은 아내 엘리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담겨있는, 그에겐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 그 무엇보다 스스로의 이권을 먼저 챙기려는 이들의 머리 속에 이 고집 세고 무뚝뚝한 노인을 향한 자비 따윈 없다. 칼은 그들에게 있어 눈엣가시 같은 존재. 결국 집을 떠나야만 할 위기에 처한 칼은 기막힌 도전을 한다. 아내와 함께 늘 가보길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미지의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집을 띄우는 것. 수많은 헬륨 풍선을 달고 집이 통째로 띄워지..
그 동안 잊고 있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픽사와의 돈독한 협력관계를 잊더라도 디즈니 스스로 훌륭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사실을. 픽사와 드림웍스를 필두로 3D 애니메이션 시장이 경쟁적으로 확장된 이후부터 디즈니의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는 매우 협소해졌다. 이미 놀라운 신세계를 경험한 관객들은 더 이상 입체감 없는 2D 애니메이션에 기꺼이 관람료를 지불하지 않게 되었다. 이 무관심이 비단 영화의 형식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쨌든 나 , 또는 시리즈 같은 뛰어난 작품들에서 디즈니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 마치 거대한 애니메이션 왕국의 통치권을 여러 명과 나눠가진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어느 순간부터 디즈니-픽사라는 명칭에서 픽사라는 이름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단순히 러닝타임을 통해 소비되는 것만이 아니라 감상 후에도 여러 가지 영감을 전해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하나의 상품처럼 비유하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어쨌든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마치 하나의 건전한 품질보증서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사전기대와 사후만족도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와 로부터 시작된 감독에 대한 신뢰가 크나큰 기대감으로 바뀐 이후에도 결코 실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나 같은 작품들을 애써 폄훼하려 해도 떠오르는 어휘가 없는 것이다. 다만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후로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놀라운 상상력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미야자키의 세계는 여전히 흥미롭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 하지만 분명한 것은 ..
도시에서 할머니가 사는 시골로 전학 온 아마미야 슈헤이는 아버지처럼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자신의 진로를 일찌감치 정해버린 이 소년은 새로 알게 된 반 아이들로부터 피아노가 있는 숲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숲 속에 덩그러니 남아 보통 사람은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의문의 피아노. 그러나 슈헤이는 열리지 않는 마법의 문을 열 듯 그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그는 바로 같은 학교의 동급생인 이치노세 카이. 슈헤이처럼 정식 레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스스로 연주방법을 익힌 대단한 녀석이다. ‘피아노의 숲’은 카이에게 마치 안식처 같은 존재다. 슈헤이의 앞에서 멋지게 숲 속의 피아노를 연주해내는 카이. 두 소년은 피아노를 매개로 순식간에 친해진다. 그와 동시에 뜻하지 ..
싱그러운 팝밴드를 꿈꾸며 도쿄로 상경한 순수청년 네기시 소이치. 그러나 대학 졸업 후 그가 몸담게 된 밴드는 어찌된 일인지 과격한 사운드 위에 죽음과 섹스를 부르짖는 데쓰메탈 밴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DMC)다. 네기시는 DMC의 프론트맨 크라우저 2세로,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미 열혈 추종자들을 거느린 인디씬의 스타가 되었다. 여전히 팝밴드를 향한 꿈만은 포기하지 않은 네기시지만 천재적인 무대매너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타연주, 그리고 데쓰메탈과 DMC에 미쳐있는 기획사의 여사장 덕분에 그의 희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더구나 학창시절 좋아했던 아이카와와의 재회는 그가 처한 상황을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비슷한 음악취향으로 인해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그녀에게 자신이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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