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천천히 달리고 있다 / 달리기 일지 1
- 몸을 움직여 보자/달리기 일지
- 2023. 7. 6.
2022년 10월 3월이었다. 무척 오랜만에 야외에서 10분을 달리고는 형편없는 내 체력과 의지력에 실망하며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온 날이다.
그 전 마지막으로 달렸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글을 남겼던 날보다는 가까운 과거일 것이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불과 5분도 지나기 전부터 달리기가 괴로워졌다. 숨이 찼기 때문인지 다리가 아파서였는지 그 괴로움의 이유는 이제 어렴풋하다. 머릿속에 울려퍼지던 '달리기 싫다'는 강렬한 외침만은 기억한다. 아니 달리려고 나왔는데 달리기 싫다니. 그러고 보니 육체가 아닌 모종의 정신적인 이유로 달리는 게 괴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자괴감에 휩싸였던 작년 10월 3일 이후 계속 잘 뛰어온 것도 아니었다. 그날 이후 종종 짧게(10분) 짧게(20분) 달리다가 어느새 또 게을러져 공백기를 가졌다. 달리기를 멈추게 만든 이런저런 핑계들이 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다시 제대로(?) 달려보자 마음 먹은 것은 올해 4월 14일이었다. 그날부터 그냥 30분을 달리기로 정했다. 남들이 보면 별 것 아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워낙 싫어하고 멀리했던 나로서는 기억해둘만한 결심이다. 30분을 달린 것은 어쩌면 십수년만인지도 모른다. (이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날보다는 확실히 먼 과거다. 확실하다!) 그렇게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씩 달렸다.
그러다 2023년 7월 4일 처음으로 40분 6.5km를 달렸다.
원래 6월이 지나기 전에 7km를 한번에 달리고 싶었다. 여기서 또 핑계가 등장한다. (여기 쓰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달리지 않기 위한 핑계거리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다.) 6월 초부터 왼쪽 발목 바깥쪽이 아파왔다. 병원에 가기에는 애매한 통증(가만히 있으면 괜찮고, 걸으면 약간의 통증, 달리면 조금 더한 통증)이라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약 열흘을 달리지 않고 쉬었다. 발목이 아프니 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달리겠다는 생각을 압도하면서 뛰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려는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라고 내 뇌 속 '핑계 담당'이 쓰라고 시킨다).
그후 다시 뛰어도 (통증까지는 아니지만) 불편감이 남아있길래 이제는 왼발에 발목보호대를 차고 달리고 있다. 발목이 아프기 전인 지난 6월 2일 처음으로 6km를 달렸는데 발목 때문에 쉰 후 또 달리려니 거리가 짧아졌다(라기 보다는 뛰는 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다시 4km부터 시작해서 6.5km까지 늘렸다.
어쨌든 작년 10월 3일, 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느꼈던 괴로움은 이제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뛰면 30분 정도는 비교적 수월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뛸 만한 수준(머릿속 '달리기 싫다'는 외침이 들리지 않거나, 들려도 희미해서 내가 무시해도 될 만한)의 속도를 유지하며 뛰는 거리를 더 늘려가려고 한다. 요즈음 그렇게 천천히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