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한 명의 독자가 주인공 바리의 고단한 인생을 이해하고 그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관적인 대답. 땅을 마주하고도 우리네 일상의 무관심에 너무 쉬이 묻혀버리는, 저 가깝고도 먼 지역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비극적인 인생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겁다. 우리가 쉽게 부르짖는 삶의 고난과 불행은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 견주어본다면 어쩌면 한낮 사치스런 자기연민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가족들을 모두 떠나 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 그리고 이후 그녀를 감싸는 온갖 불행의 씨앗들. 바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슬픔은 풀린 실타래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는 단지 상상 속에만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생한 현실 인식 안에서 태어난 이 소녀의 이야기는 지금도 가까운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실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