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이자 와이오밍 주의 산 이름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영화의 러닝타임 중 처음 3분의 1은 산이 스스로를 주인공들의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데 소요된다. 푸르디 푸른 하늘, 흐르는 계곡물, 포근한 양떼, 두드러진 녹색의 산림 등, 잭(제이크 질렌홀)과 에니스(히스 레저)의 뒤쪽으로 산의 풍경이 하나씩 펼쳐진다. 그 모습은 마치 관객의 기억 속에 이 장소가 아련하게 각인되길 바라는 하나의 희망처럼 느껴진다. 카메라가 주인공들과 산에 드리운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두 사람이 양떼를 지키는 일로 고용된 일개 노동자가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도 들 정도다. 꼭 그 어떤 고민 없이 찾아온 듯한 이 공간. 오로지 자연과 마주하기 위해서, 혹은 두 사람..
이안의 최고작이라 일컬어지는 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영화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한다는 것이 마음 편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의 영화들에 ‘깊이’ 공감하거나 ‘커다란’ 매력을 느껴 본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과 정도를 재미있게 본 것 같고, 제작규모의 크기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 보였던 , 정작 영화보다 해석(주변에서 해준 것이든 감독 스스로가 풀어낸 것이든 간에)이 더욱 풍부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등, 이후 이안의 영화들은 어딘가 모르게 가깝지 않은 느낌이다. 중화권에서 제작되었던 그의 초기작들을 제외한다면 이처럼 ‘글로벌’한 아시아계 영화작가가 또 있을까 싶은 이안의 필모그래피는 확실히 인상적이지만, 내겐 그것이 ‘소재와 인식의 세계화’ 이외에 어떤 의미도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