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앞부분에는 ‘허영만 만화창작 30주년 기념 헌정 평론집’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스스로가 밝힌 ‘평론집’에 가깝다기 보다는 만화작가 허영만과 그의 작품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풀어내는 쪽에 가깝다. 위의 문구 바로 밑에는 “이 책을 만화가 허영만과 그의 만화에 바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허영만을 만화사적이나 작품의 사회맥락의 관점에서 파헤치는 시각은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애초에 ‘헌정’이라는 단어로 수식된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가급적 객관적 시각으로 표현되길 원하는(비록 그것이 읽는 이의 헛된 바람일지라도) ‘평론’이라는 단어로는 이 책을 설명하기 힘들다. 예컨대 ‘작가론’이라 분류되어 있는 첫 번째 챕터에서 허영만의 작품 세계를 좀 더 ..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름 있는 원작을 영화로 옮기기란 얼마나 부담스럽고 고민스런 일일까. 그것도 무척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작가의 그것이라면 말이다. 물론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그 어려움의 무게를 실감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쯤은 안다. 우리는 그저 7~8000원을 지불하고 두 시간 안팎의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주변인들과 ‘재밌다, 재미없다’의 두 마디를 지껄이거나, 이렇게 글을 끼적이거나, 두 행위 중 하나로 그 두 시간에 대한 평가를 종료할 테니까. 그들이 느낄 중압감이나 부담감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또 냉정한 그 녀석이 관객이라는 캐릭터다. 앞의 얘기는 결국, 이런 글을 쓰게 돼서 유감이(미안하)다, 라는 표현을 에둘러 한 거다. 영화 에서 매력적인 ..